붉디붉은 이곳에서
당신을 만납니다.
언젠가 당신이 다녀간 건
아닐까 하고
단풍잎 한 장
물 위로 띄어 보내며
붉게 물든 이곳에서 발이라도
담그지 않았을까 하고
단풍잎 사이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가을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검붉은 가을 골짜기에 둘러 쌓여
생각하는 것은
사무치는 밀려오는
그리움뿐
내가 관심 두며 살아갈 이름들
이름 모를 꽃, 상처 난 작은 잎사귀,
바람, 구름...
그리고
당신이 내게 준 사랑
붉은 단풍 속에서
나도 따라 붉어져
한 잎 낙엽되어
땅으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 줄
당신은 아실까.
단풍잎 떨어져 물 위에 흐르다
나 당신
만나질 수 있을까.
그곳이 어디라도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