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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Jan 02. 2024

 숲 속의 아침

오월의 싱그러운 숲 속을 걷다 보면



밤새 내리던 비가 그쳤다


푸르름으로 가득한 곳

아름답지 않은 숲이란 없다

월의 푸르름을 처음 본 것처럼

숲길을 걷고 있다


유난히 맑게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은

평화로움을 더한다


숲이 지켜온 오랜 세월의 힘인지

바람과 햇살을

순하게 적당히 머금고 있다


한참을 걷는다


월의 신부 같은 순백색 하얀

꽃 무더기가 눈부시게 피어 있다

너무 순결해서 발길을 멈추었다

저기까지 기다림은 오죽했겠는가


자신의 힘으로 일궈낸

식지 않은 온기와

욱신거리는 상처의 눈부심


저렇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가 저러하다


봄꽃이 다투어 피는 것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이라는 것을


저기 눈부신 꽃들의 제례의식

봄에 전염병처럼 문득 닥친 것처럼

어느 날 사고처럼 닥치는 것처럼

그 짧은 순간을 보여주고

어느 순간 지고 마는 찰나 순간들


비가 갠 숲 속을 걷다 보면 알 수 있다


아파하지 말라고

생은 모두가 아픈 거라고 

다독인다


세상에 거저 된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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