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다가오는
익숙한 흔적들
발길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당신이 뿌려놓은
향기가 솔솔
엄마가 신던
예쁜 꽃신 한 켤레
힘들고 고단한 삶을
여기까지 끌고 왔음을
꽃신이 멈춘 그 자리에
엄마의 걸음걸음이
멈추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그 속에 담겼던지
납작해진 뒷굽이 애달프다.
그 신을 신고
마지막엔
심하게
기우뚱거리지 않았을까.
밑 모를 우물 속에
던져진 돌이
바닥에 가서 닿는 소리만큼,
생이 끝나는 순간에야
듣고
소스라쳤을 것이다.
삶의 노고는
수만리 길이었다.
그 길을 걷느라고
힘이 들어도
허리 한번
고쳐 세우지 않았다.
어느새
한달음에
그 꽃신을 신은채
다다랐을 줄이야.
떠들썩하게 분주했을
사대부 종부의 발길이,
꽃신 한 켤레에
진하게 녹아있는 듯,
시리도록 잔상이 짙다.
꽃신을 신고 바삐 내딛던
질펀한 삶의 냄새 같은 것이,
엄마를 품고 있던 온기처럼,
한 움큼 남겨있다가
후루룩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