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람이 점심을 먹기로 하고, 그 배우분의 취향에 맞춰서 유기농으로 만드는 한식전문점에 들어갔다.
나만 그날 처음 만난 사이이고 다른 세 사람은 배우님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배우를 가까이에서 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조용하게 가녀린 목소리에서 제법 규칙을 가진 삶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마치 강사 한 분을 모시고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배우분이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나지막이 들려주었다.
우리 보통사람들과 달리 유명한 사람은 삶이 어떨까 궁금해하면서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배우로 화려하게 살다가 죽을 만큼 건강이 나빠지면서, 힘들게투병을 하고 의학에 의존하게 되고, 회복 단계에서 요가와 묵언 수행을 했다고한다.
음식의 중요성을 알고 자연치유식을 공부하고지금껏 그대로 유지 중이라는 말과 간단한
요가 자세의 시범과 너무 유연한 몸이라서 놀랐다.
여배우의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놓는 감자 몇 알이 어찌나 정겹고 소박하던지, 직접 만든 예쁜 면포에 싸서 내놓는 것이조금은 재미있고 낯설었다. 제법 자연스럽고 익숙한 행동 같아서 이해가 되면서 나도 모르게 배우님이이끄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었다.
화장기 하나도 없고 조그만 얼굴에 예쁜 두 눈을 가진 곱게 나이 든 모습이었고, 한평생 본인이 지나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내 놓았다.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세상 편안해 보이는 소녀감성 같아서 기억에 남았다.
세월이 주는 여유를 충분히 누려서일까.
어딘가 모르게 해탈한 모습이랄까.
식사 약속을 하더라도
어디를 가든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니며, 식당에서 나오는 것은 아주 조금 먹고, 싸가지고 간 도시락으로 소식을 한다는 것이 가슴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해독 음료라며 가지고 온 음료는 쌉쌀한 맛이, 마시면 정말 해독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되도록 덜 먹자, 말을 좀 줄이자'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을하고, 우리도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덜어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을 했다.
흔히 건강이 나빠져서
죽을 만큼 나락으로 떨어져 봤다고 하더라도, 다시 회복하면 환자일 때처럼 식습관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것인데, 대단한 집념이고 확고한 정신력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더 살았고 인생의 한참 선배인 배우님의 말과 행동은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라서 많은 울림을 주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과한 것보다는, 조금은 덜어내려고 하는 의도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것도 꽉 차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 어느 분야든 권한이 있을 때, 힘이 너무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따져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꼭 성숙된 사람이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배우님처럼 성숙되고 섬세한 분처럼 말이다.
때로는 작은 부분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말속에 행간을 읽어내는 이가 있다.
단어보다는 쉼표를 유심히 살피는 이가 있다.
말하지 못하는 걸 듣는 사람, 그런 성숙된 사람을
만날 때 우린 신선함을 느낀다
하루키 작가는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말을 했지만 평범한 범인은 그걸 캐치해 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엄청난 정신적인 지적 단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야기 듣는 내내 섬세하게 들어주고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하고, 배우님은 성숙되고 단련된 대화의 고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진하게 굴곡이 관통한 삶에서 나오는 진실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울림이 크다.
어려운 과정을 지나오고 오랜 시간 꾸준하게 자연적인 삶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좋은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배우님의 삶이 신선하게다가왔다.
인간은 어떤 대상을 보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닮아 보려고 노력을 한다. 우직하게 실천할 수 있는 원칙을 정하고, 할 수 있는 한계까지 의미를두고 실천하는 배우님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오늘의 그 울림은 또 다른 신선함이었다.
조금 더 나이 든 나의 모습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했다.
조금 덜 먹고 덜 말하고 여유롭고 차분함을 가지고 윤기 나게 생각 가꾸기를 게을리하지 않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