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작은 부스러기들
글로 표현하는 것은 삶의 작은 조각일 뿐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양질의
토양을 가꿔야 한다며
읽고, 듣고, 보고, 경험을 한다.
그 핑계 덕분에 삶이 풍성해졌다고
한껏 위안을 삼는다.
꾸준히 삶의 흔적을 가지고
막연하게 그리고 듬성듬성
이런저런 방법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세상을 살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을
어찌 다 표현을 하겠는가.
삶의 대부분은 비슷한 색채의
반복이면서 또 조금씩
다른 날들의 경험이다.
수많은 일 중에서 한 단면을
끄집어낼 뿐, 글쓰기의 표현은
작은 것의 일부분인 것이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들 가운데
인지하지 못하는 무수한 시간들.
삶의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가
주는 경험들은 대부분 무채색 같아서,
눈에 띄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시간들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다가오는 삶은
경험을 했을 뿐이다.
켜켜이 쌓아진 것을 훗날 다시,
묘사하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을
조각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방금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리 힘들었는지,
왜 그때는 그랬는지는,
희뿌연 하게 가려진 채 그대로
화석처럼 딱딱하게
흔적 안에 존재할 뿐이다.
한 줄의 문장을 만들기 위해
수 만개의 감각을 깨위고 있다.
인생이 지나온 수많은 시간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아주 작은 행위이다.
경험의 부스러기를 가지고
많은 것 중에서 작은 점하나
찰나와 순간의 표현일 뿐이다.
뭔가 쓴다는 것은
내 안의 작은 조각을 꺼내어
사색의 상자에 넣고
삶을 마주할 뿐, 표현의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