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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Nov 28. 2023

나이가 든다는 것은, 혼자가 되어 가는 것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들

    오랜 시간 알아온 지인과 만났다 음식의 자부심이 대단한 욕쟁이 스님이 운영하는 유기농 음식점에서  만났 주인장 스님은 말투에서 애교 섞인 욕이 툭툭 튀어나온다 우린 쉽게 들어본 언어가 아니라서 까르르 웃음으로 화답을 한지나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친근하게 하려는 애정의 표시 같은 한식 점문점이라서 토속적인 맛과 사찰에서 주로 먹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고 제법 신선한 재료들이라서 여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음식의 철학이 대단하고 연세가 많은데도 직접요리를 한다 음식재료와 비법이 특별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자신 만만하게 큰소리로 설명을 해준그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많아서 덧붙일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말소리가 커지고 주인장 달라진 모습이


    아마도 세월의 흔적인 몸의 변화일 것이다 듣는 기능이 이상이 있어서 청력이 많이 떨어진 같은 느낌, 청력이 떨어지면 더 큰소리로 말하려는 현상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지난번보다 전체적으로 음식의 맛이 달라졌다는 생각이맛의 변화들이 이젠 세월이 르고 연세가 들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으 손맛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미각이 둔해져서 맛의 분별이 쉽지 않

뭐든지 나이 들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어느새 한 발짝 물러서서 우리가 느끼기에도 뭔가 조금은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들이다 작은 요소들이 달리 보이는 것은 세월이 흐른 변화일 것이다 

내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도 가까운 지인이라면 그렇게 감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예쁜 여인과 두루두루 안부를 묻고는, 주인장의 요리의 변화와 주인장의 신체에서 확 느껴진 노쇠한 모습에서 밥을 먹는 동안 내내 화두를 두었다 우리가 훗날에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초라한 모습'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젠 건강해야 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감은 누구나 있는 것 같아서 서로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을 어느덧 건강을 염려하고 자연스러운 화제가 된다는 것이 세월의 변화이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건강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되고, 나이가 든다는 것에 따른, 세월이 훌쩍 지나서 외로이 홀로 주어지는 '나의 모습은 어떨까?'라는 생각은 누구나가 궁금해하는 일이다


   요즘 아무리 의학의 힘과 건강하려는 노력으로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차곡차곡 쌓아둔 자기만의 고집이 생겨나고, 행동이 굼뜨고, 무엇보다 거울을 보면서 느껴지는, 자신의 모습에서 주름이 늘어가는 얼굴의 변화들과,

없던 것들이 나타나는 몸의 변화들은 곳곳에서 나타난 


   나이 들면 몸의 변화에 따른, 시간의 흔적이 남는 것은 자연적인 이치다 세월이 더해가면서

몸과 마음이 느슨해지고, 그야말로 마음이 흔들리거나

설레거나 떨리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점점 무감해지고

덤덤해지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감정들...

모든 것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닌 나이 든 사람이라면, 살아온 세월만큼 세상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계절의 변화에서도 느끼듯이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 나이가 더해 갈수록 시간은 마치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나의 젊은 시간과는 더 빠르게 멀어져 가고 있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주변 사람들의 변화인, 어쩔 수 없이 소중한 사람과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님과 헤어져야 하고, 혹여 곁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일, 아이들이 성장해서 나의 품을 떠나기도 하고, 이별을 하기 싫어서 버틴다고 해서 시간이 가만히 두질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나이가 더해지면서 알아지는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서서히 곁에 있던 친구들과 그 많던 모임이 하나둘씩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느슨해지는 것을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움에 순응하는 것이다 아마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돌고 돌아가는 커다란 수레바퀴 같다고 할까

'나'로 태어나서, 한바탕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때론 소풍 나온 것처럼, 때로는 휘몰아치게

인생을 살다가 다시 '나'로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온전히 외로운 나만의 시간으로 돌아온 정직한 수레바퀴 같은 것이다


   서서히 은밀하게 슬림해지는 나 홀로인 시간들이 찾아올 것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담담하게 여유 있게 마주하고 싶다  내 안에 있는 아름다운 것을 꺼내 들고 외로움을 마중하고 싶다 그저

자연스레 진행되는 한 편의 영화처럼, 때가 되면 막이

내려지는 것 같은, 조금씩 서서히 저 멀리서 내게

다가오더라도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담담하게,

그 길을 가고 싶은 것이다



                 ◇◇◇◇◇°°°○□°°◇◇◇



   나이 든다것, 그리고 주의에 사람들이 다 떠나고 홀로 된다는 것은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해야 할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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