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봄볕 드는 날
그때의 어느 시간 속으로
봄볕의 이끌림에
그때의 시간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쪽진 머리 반듯하게 빗어 넘기고
환하게 웃으시며 사랑이 가득하신 분.
외할머니의 모습이
내 기억에 문득 들어오는
따사로운 봄날이다.
"우리 똥강아지 보고 싶었데이~"
"어서오거래이~ "
그 소리에 아지랑이 사이로
사랑이 한 자락 휘감는다.
서둘러 외할머니의 밥 짓는 소리에
타닥타닥 봄볕에 세상 익어가는 소리들
온 집안에 퍼지는 "까르르" 웃음소리
그 소리에 봄볕도 살랑살랑
내리사랑이 주는 사랑스러운 순간들이다.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그 깊은 사랑이 아직 내속에
풍성하게 자리하고 있다.
외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서
먹다 흘린 밥 한 톨
예쁜 새 한 마리가 물고 간다.
그걸 주워 먹고 또
그들의 대를 이을 테지.
봄바람이 불어와
보드랍게 내 몸에 닿으면
그때의
외할머니 내음이 스친다.
괜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어머니의 어머니로 이어진
생에 대한 예의는
소중한 것을 천천히 되뇌며,
기억에 있는 내리사랑의 흔적을
꼭 잡아두는 일이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날의 한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는 날이다.
오늘은 그때를 산책하기에
아주 적당히
봄볕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