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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 흔들이는 마음

애장품을 잃어버리고는...

by 현월안



산뜻한 바다 바람과 화려한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곳

가족들과 통영을 다녀왔다.

먼 길을 달려간 그곳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었다.

매년 여행지로 손꼽아 두었던 곳.

집 떠나면 고생인데

떠나야 비워지는 것인

마음이 쉴만한 곳을 찾아 떠난다.


봄볕을 가리느라 선글라스를

쓰다가 벗다가 반쯤 걸쳤다가

살랑거리는 봄에 정신을 쏙 뺀다.

드넓은 바다를 보며

기대어 앉은 모퉁이 돌 위에

선글라스를 나도 모르게 벗어두었다.

봄볕아래서 그만 바다에 취해서

그곳에 놓아두었던 것.


선글라스가 내손에 없음을

알아차린 것은 20km쯤

달려온 뒤였다.

다시 돌아가기도 뭣한 거리.


비싼 이름을 붙여두고는

고이 모셔두고 아껴두었던 것.

그걸 걸치면

세련된 기분으로

맘껏 행복했던 애장품이었다.

아까워서 아쉬워서

돌아오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다.


힐링 잘하고 돌아와서

그 여행에서 느꼈던 것을 되뇌어 본다.

"아름다운 곳 통영..."

살면서 "여행은 정말 필요해" 하면서

잔잔하게 밀려오고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마음 밭에 좋은 느낌을

고급스럽게 가득 들여놓고는

이내 잘 쌓아 올린 감정을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뜨린다.

나도 모르게 두 마음이

저 멀리서 밀려오는 걸 보면

일주일은 앓이를 하지 않을까.

그곳의 잔상과 그것의 아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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