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해서 너무 화려해서
눈이 부신다
모두가 첫 경험 같은 신비
봄 꽃이 다투어 피는 것은
만남의 때가
지금이라서 간절하다
지금 못 보면 눈이 먼다는
전설을 숨겨놓은 것처럼
봄 꽃은 바이러스 감염처럼 번지고
갑자기 닥친 사고처럼
짧은 찰나에 몰아친다
환희와 슬픔과 허무와 희망을
한꺼번에 던져놓는다
저 눈부신
꽃무더기의 고요한 제례의식
어쩌라고 저리도 눈부신가
모두가 꽃인 것이다
저마다 모두 꽃이고
한때는 꽃이었던 것
비 갠 아침 산책길은
걷다 보면 알게 된다
살아 있는 것은 기적이고
기적은 고통이라는 것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저 힘의 느낌
저릿하게 다가온다
세상에 거저 된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꽃의 시간 뒤에 감춰진
고통의 흔적들
긴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달고 단 열매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달콤하게 이름 붙여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