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이 예쁘게 비추는
저녁 무렵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서로 밀치며
구름 떼처럼 움직인다
하늘을 향해 무엇인가 외쳐대기도 하고
무슨 말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밤 벚꽃아래서 다들 어린아이가 되었다
밤 벚꽃을 핑계로 이성은
덩그러니 하얗게 무너져 내린다
순간 꿈인 듯 하얀 슬픔도 모두
따뜻하게 피어오른다
시들했던 내속에 조각들이
알알이 맺혀 방울방울 흰 꽃이 된다
커다란 위기들도
아주 작은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순백색 밤 벚꽃아래서 알게 된다
삶이 몰아칠 때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내 앞에 꽃길이 있었던가 싶다
삶을 저만치 달려가 보았더니
여유 있게 보이는 것들
수없이 피고 지고 했을 텐데
그땐 보이지 않았던 것
옆을 돌아볼 수 없었던 수많은 일
여유라고 하는 것은
쉬 곁을 내어 주지 않는다
여의도 윤중로 밤 벚꽃 축제
그곳에서 피어나는 웃음소리들
달콤한 봄바람이 주변을 휘감고
새하얗게 뽀얀 세상이다
먼 곳에서 온 시간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다른 느낌들
따스한 봄날
밤 벚꽃아래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들
봄밤에 만나는
내게 주는 의미는
보통과 다른 새로움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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