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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 자리

예쁜 님이 떠나갑니다

by 현월안



봄비가 오더니 그만

홀연히 님이 떠나갑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일까

탱탱하게 물오른 꽃가지에

돌아선 어깨가 잠시 흔들리더니

그리움만 남겨두고

그 꽃이 집니다.


어쩌지 못하고 떨궈내는

눈물이 그만

아쉬움과 뒤섞여 우수수 떨어집니다

꽃의 향기는 아직 남아 있는데

돌아서는 그의 발길이

아직 가지 끝에 걸린

나의 마음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곳을 서성입니다.


꽃 진 가지 너머

장백해진 널따란 하늘이

아무도 모르게

물오른 가지에

손 내미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지요


아직

마음에 있는 고운 님

잠깐 만난 귀한 님

그 시간이 찰나 같아서

아쉬움에 그만 뒤를 돌아다봅니다


닿을 듯 스치듯

애달픔이

더 아쉬울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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