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느끼는 기쁨
때론 사람에게 주는 계절의 신비를 느끼는 재미
푸른 하늘과 맞닿아, 저 멀리 펼쳐진 바다를 보면, 시원하게 맑아지는 느낌과 가슴이 찡하게 다가오는 설렘이 있다 파란 자연이 깊숙이 파고들면 내 안에 있는 세포들이 모두 정화가 되는 기분이 든다
'어쩜~저렇게 파랄까!...'
내 안에 있는 여릿한 감성이 아직 거기에 있음을...
웅장하고 장엄한 대자연 앞에 서면 차분하게 안정이 되고 숙연해진다 마음이 맑아지고 비워지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시선을 가만히 응시하고 잠시 내 안에 잔잔히 밀려오는 소리에 집중해 본다
시원하게 펼쳐진 저 너머에 아직도 못다 이룬 내 꿈이 그곳에 있을 것 같은, 거기에 남겨둔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착각 속에 잠시 취하게 된다 아련하게 밀려오는 뭉클함이 나도 모르게 온몸으로 퍼진다 사람은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질 때 힐링이 된다 자연 속에 있으면 쉼을 느끼고 사람의 뇌는 휴식 상태가 되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마치 등산을 힘들게 한 뒤에 찾아오는 기쁨과 같은 것처럼, 힘들게 오른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기분은 너무도 시원해서 쉽게 설명이 되질 않듯이 자연 속에서 쉼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모습은 계절에 따라 다르고, 날씨의 따라 다르고, 무엇보다 나의 기분 상태에 따라 자연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서,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로운 기분으로, 자연을 마주하게 된다 모두가 신비한 자연 앞에만 서면 생전 처음 본 것처럼 환호한다
누구나가 휴식을 하고 싶을 때, 집중하고 싶을 때, 생각을 비우고 또 채울 때, 각기 본인의 화두를 가지고 대자연을 찾게 되는 이유가 된다 가끔 우리 인간은 자연에서 쉼이 필요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집과 직장 주위에서 뱅글뱅글 쳇바퀴를 돈다 조금도 빈틈을 내어주지 않는 것처럼 세상은 빠듯하게 돌아간다 세상에 빈틈을 주지 않아야 잘 사는 것처럼 빠듯하게 시간을 쓰며 살아간다 그 조금의 여유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잠시 여유를 가지면 힐링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게 쉽게 되질 않는다 오랬만에 시원한 바다가 내 안에 가득 들어오는 것 같은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이 참 좋다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남편과 함께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다구경을 했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바다를 실컷 보며 힐링을 했다 바다가 보이는 운치 때문이라서 그런지 커피의 향이 진하게 파고든다 바다가 있고 커피 향이 있는 가을의 분위기는 여유롭게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우리 부부는 커피를 앞에 두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자세히 바라보았다 세월을 많이 보낸 흔적이 서로의 모습에서 보인다 우린 부부라는 이름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함께 보낸 세월이 어느새 하늘에 별만큼이나 많다 함께한 세월이 고마웠던지 남편은 평소에 하지 않는 어투로 고마움을 이야기한다 인생의 긴 터널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고마움의 표시가 진심으로 전달이 된다 우린 한참 동안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은 철학적인 시선으로, 바다를 보고 돌아올 차 안에서 남편이 내게 묻는다
'당신은 요즘 무슨 재미로 살아?'
'글쎄 재미?...'
'인생을 재미로 살지는 않지... 잔잔하게 평온한 마음으로 가정은 부부중심이 되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우리 가족 테두리 안에서 평안한 것이 바람이고, 그것이 충족이면 그게 재미 아닐까 요즘 드는 생각은 그러네...'
아마도 남편은 나의 기분 상태를 체크해 보려고 불쑥 내놓은 말이 아닌가 싶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그리 대단한 재미가 뭐가 있을까 싶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보편적인 범주에서 지극히 상식적으로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이 안정되고 평화로우면 대체로 만족인 것이고, 나이 들어가면서 드는 생각이다
모두가 인생이라는 긴 코스의 마라톤을 달려가고 있다 저마다의 색깔이 다른 인생의 트랙에서 우린 다른 사람의 코스를 자꾸 의식하며 달려간다 내 것에 집중하기보다 다른 것에 의식이 된다면, 자신의 코스에 만족을 하지 못하게 된다 어차피 자신의 길을 가다 보면 그 대단한 이들의 코스와 멀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내 코스에 놓인 내 길을 완주하듯 묵묵히 앞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인생이란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때론 중간에 잠시 쉬어가도 되고, 여력이 된다면 좀 더 빠르게 달려가도 되고, 힘들 땐 천천히 걸어서 가더라도 남의 의식이 아닌 나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때론 힘에 부칠 땐 사계절이 내어주는 공간, 탁 트인 산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 계절은 우리에게 쉬어가라고 계절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서 감사히 가슴으로 맞이하여야 한다
인생의 마라톤에서 쉼이 필요할 때, 자연이 나에게 내어주는 쉼은 말할 수 없는 대단한 혜택이다 대자연이 주는 웅장하고, 또는 화려하고, 또 위엄 있는
다채로운 모습에서 겸손과 인생을 배우고, 내려놓을 줄 아는, 삶의 여유를 알게 해 준다 그리고는 일상으로 돌아와, 인생이라는 트랙에 누가 룰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인생의 마라톤 경주에서 낙오되면 안 될 것
같아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열에 합류한다 우린 새로운 기운을 가지고, 또다시 어디론가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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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 끝자락에 와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겨울의 찬기운이 그늘 모퉁이에서 서려있다 삶이란 계절이 주는 신비를 느끼며, 어느 날은 꽃비를 맞으며, 때로는 세찬 눈바람을 맞으며 저마다의 인생길을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