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릴 만큼
능력이 있는 그녀가 고민을 한다. 길게 알고 지내던
남자와 헤어졌다고 쿨하게 얘기한다.
사십 중반은 넘어선 나이에
조심스럽게 결혼까지 생각했던 모양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서 한 남자를 잘 만나고 있었고
그 예쁜 사랑을
모두가 곁에서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사랑을 하는 사람을 보면 눈빛이 다르고 얼굴색이
다르다.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다.
자연스럽게 풍기는
그녀의 예쁜 표정이
"지금 행복해요"
하는 것처럼
"참 예쁘게 사랑하고 있구나" 싶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듯 그녀만의 독특한 행동이 있다.
엷은 눈웃음과
뒤꿈치를 들고 쪼르륵 달려가는 그녀만의 몸짓.
그런데 어느 날 그녀의 얼굴빛이 달라지고
세상 고민은 다 가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사귄 남자와 소원해지더니
그만 헤어진 모양이다.
상대의 남자가
수시로 아무런 이유 없이 잠수 타는 일들.
남자의 일방적인 행동들.
깊은 속내를 꺼내 놓는 이야기에서 뭔가 많이 삐걱대고
있는 듯했다.
사람은 원래 사랑을 통해서
더 많은 세상을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 처절하게 버림받고 사정없이 자존심이
꺾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나쳤다고 그녀가 통곡을 한다.
세상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자책을 한다.
커튼 한 겹 너머 그녀의 일들을 모두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좋은 짝을 만나는 일과
좋은 인연을 만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그녀의 커리어까지 자책을
한다. 그녀의 눈물은 지금 많은 것이 들어있는 눈물이다.
골고루 균형 있게 의식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듯했다.
사랑이라는 많은 허상들을 걷어낸 후에야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 때문일 것이다.
그녀만의 일방적인 사랑이었을까?
다가간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사랑한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사랑 참 어려운 일이다.
며칠을 고민하던 그녀가 숏컷을 하고 나타났다.
좀 더 짙은 립스틱과 좀 더 세련된 옷을 입고
엷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속엔
단단함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