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던 물건을 버리는 일
물건에 생각을 빼앗기던 때
요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일에 꽂혀있다.
쓰지 않는 물건들은 정리하려고 구석구석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꺼내서 죽 늘어놓았다. 앞서 한차례 정리를 했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물건을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다.
애장품이라고 한때는 애정하는 것들이었지만 한쪽 구석에서 먼지만 잔뜩 쌓여있다.
거실장 안에 들어 있던 작은 물체들, 먼지만 쌓여있는
각 나라의 이름이 붙여진 그릇들, 텀블러를 모으겠다고 이리저리 사서 모으던 때가 있었다. 전문 수집가처럼 마음을 빼앗기던 행위들은 젊음이 있고 진취적인 생각과 함께하던 때였을 것이다.
어느 순간 애정하던 물건도 귀찮은 것이라고 느껴지는
존재가 되었다. 아마도 정리하고 버려야 할 물건이라고
알려주는 신호일 것이다.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아서 가지고 있는 물건일까?"
몇 번을 되물어가며 정리를 해 나간다.
물건을 통해서 나의 가치를 확인하려던 어리석은
숨은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 근사한 생활을
하고 있는 듯이 착각이 들었던 그때의 기분이 되살아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적인 치장은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반복해서 사용하고 그리 비싸지 않은 익숙한 물건들이
내 곁을 지켜준다.
실제로 기름기 쫙 빠진 원래의 내 모습을 마주하고
원래의 기능을 최대로 활용하고 그것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모습이면 좋겠다.
그야말로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본연의 나의 모습으로
만족하고 싶다.
대부분 과하게 물건을 소비하게 될 때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구입을 할 때가 있었다.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도 그때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알 수 없는 감정에 매료당했다.
한때는 마구 사들이고 그걸 보면서 만족해하고
행복해하던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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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버리는 것과 물건에 얽힌 추억을 버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가진 소유의 끈끈한 '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추억은 가슴에 기억하고 있으니 한때 소중하게 다루었던 물건들이 내손을 떠나간데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