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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Nov 12. 2024

걷고 싶은 날엔

미술관 따라 걷다 보면 얻어지는 것들



   굽이 낮은 신발을 신고 인사동으로 향했다.

11월이 무색할 만큼 가을빛이 따사롭다.

요즘 갤러리에는 전시되는 작품들이 한창이다.

전시장마다 지금  계절이 주는 느낌과 잘 어울리고 가을이기에 더 풍성하다.

가끔 여유 있는 날엔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미술관을 돌아보며 혼자만의 여유를 즐긴다.

가을이 주는 운치와 예술작품의 조화는 이 계절에만

느끼는 맑은 기운이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 있게 걷고 또 걷는다.



   갤러리마다 차분하게 전달되는 설렘과

어느새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평온하고 고요해진다.

가을에 갤러리마다 쏟아지는 예술작품은  마음에

담아두어야 하는 필수 같은 나만의 순례다.


×××××"""


   미술관을 돌아보며 걷다 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채 발견하지 못한 나의 사소한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텅 빈 광활한 생각 속에 홀로 걷다 보면 거대한 생각들이 사라지고 안 좋은 기억들이 유순해진다.

마음 깊숙이 자리한 부유하는 마음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온전한 나의 내면에 이른다.

어떤 형태로든 쌓여있는

내속에 있는 것들을 다소곳이 만나게 된다.



   갤러리마다 특색이 있고 전시되는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화려하면도 절제된 표현을 만나게 된다.

숨기고 있는 깊은 내면을 만나기라하는 것처럼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지만

그림에도 삶이 진하게 묻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강렬한 매시지가 들어있고

그림 속에는  아름다움을 가득 안고 있는 듯하고,

다양하게 색채를 해석하는 것도 그림의 묘미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색감과 마주할 때의

편안한 미소가 지어진다.

무엇보다

점점 더 그림을 감상하면서 고급스러워지는 나의 색채감각의 변화다. 보는 색감의 감각이 예전과 다르게 변해 있다.

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보는 눈빛의 감각...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무심결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파란 하늘이 씻은 듯이 시리고 맑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까 가을 특유의 상쾌한 공기가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편안한 기분이다. 

이런 기분이 괜히 좋다.

인사동 길목에서 만나는 투박하고 옛것의 물건을 파는 가게는 세월이 멈춰있는 듯이 정겹다.

좁은 골목마다 마주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좋은 구경거리다.



   다음 갤러리로 발길을 옮겨보았다.

골목 사이를 거닐다가 작은 갤러리 안으로 들어섰다.

강렬한 색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발길을 멈추고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집중해서 보시네요?"

   "그림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그림을 그린 작가였다.

깡마른 몸과 동그란 눈에서 뿜어내는 여자 작가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강렬한 색채의 추상작품을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따스한 느낌을 강렬한 빛으로 표현을 했다는 작가의 설명이었다.

원색적이지만 포근하게 표현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그 작가가 선뜻 속내를 꺼내 놓은 것은 그림으로

그리움을 치유하고 있음이 아닐까.

인간이면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아픔을 작가는 어두운 색으로 또는 밝은 빛으로 세상에 꺼내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 이야기가 누구는 좀 더 길고 또는 짧은 것일 뿐이다. 마음속에 가진 진한 역사는 누구나에게 있다고 말하는 그 작가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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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을 따라 걷다 보면 또 다른 의미로 

내게 물들인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있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미술관을 느리게 걷다 보면 분명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한 감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색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그림들

내게 편안함을 주고 색의 앎을 준다.

삶이 다소 소란스러울 때 미술관을 따라 걸으면

마음이 제법 가벼워진다.

인사동이 주는 아늑함과 그림이 이끄는 대로 걸으며

마음의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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