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비바람
때로는 세차게 때리는 비바람을 맞는 것이 인생
그땐,
바닥인 줄 알았다
늪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뭔가를 붙들고 발버둥 쳤지만
늪은 온몸을 휘감으며
나의 숨통을 옭아맸다
처절한 몸부림도 헛되어
종이 조각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그땐 삶이 아슬아슬하고
벼랑 끝을 걷는 기분이었다
때로는 짙은 어둠 아래로 계속
내동댕이 치는 것만 같았다
주변은 고요하고 침묵했다
그때 추락의 끝은 어디였을까!
끝 모를 늪에서 발버둥 칠 때쯤
저 멀리서 보이는
아주 작은 빛하나가 보였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내 안의 작은 날개의 흔적이 보였다
초라한 날개를 달고
날고 싶은 욕망과
설렘과 두려움이 뒤엉켰다
점점 내게 다가오는
아주 작은 빛하나
그 빛을 내 손에 넣었다
지금 나의 날개는 어떤 색일까?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석처럼 빛나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녹아내릴 듯이
부드러운 빛깔이다
사선으로 쏟아져 내리는
따사로운 겨울볕을 온몸으로 받는다
그 볕을 맞으며
책 읽을 수 있는 일상이면
최고 아니던가
겨울 차가움이 엄습해 오면
가끔 그때의 잔상이 떠오른다
삶과 맞서고
돌진하듯 용감하게 뛰어들었던
겨울밤의 싸늘한 공기가
이따금 고개를 든다
두려웠지만 용감했고
서툴렀지만 뜨거웠던
그때가 달아오르다가 사그라진다
그때를 다시 꺼낼 수 있는 것은
삶의 한 조각쯤은
조율이고 균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