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연결된 사람들

서로에게 연결된 사람들

by 현월안

요즘 우울하다고 괴로워하는 B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 맞아! 요즘 그녀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어두워 보였어!"라는 생각을 하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평소에 잘 웃는 밝은 표정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게 만드는 묘한 밝음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먹고사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 우울하다고 말하면 "괜히 하는 소리야! 배부른 소리야"라고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농담을 하기도 하지요 옆에서 보기에 그래도 그녀의 모습이 어느 것 모자람 없이 두루 꽉 차보이는 삶을 살아간다고 느꼈기에 "별일 아닐 거야"라는 생각으로 "뭐가 힘들어? 요즘..." 나지막이 한마디 건네보았더니,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묵직하게, 알 수 없는 기운들이 주변을 가득 채우더군요 한참을 말없이 팽팽하게 줄을 당기고 버티는 것 같은, 힘이 잔뜩 들어간 고뇌하는 순간과 한동안 맞서다가, 이내 스르륵 손에 쥐고 있던 줄을 던져 놓듯이 풀어지는 것처럼, 축축하고 단단하게 쌓아둔 꼬깃한 이야기가 마구 쏟아지더군요


"나! 너무 힘들어요!"는 말에서 그만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녀의 어두운 자존감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만 같았어요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잔잔해 보이는 삶이지만 안으로는 서로 연결된 인간관계의 문제와 오랜 시간 쌓아둔 가족과의 갈등이 그날은 폭발하듯이 터지더군요 여자들에게 시댁과의 문제가 불거지기라도 하면, 큰 사건으로 번져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녀는 시어머니의 재력으로 얻어진 삶이, 부부의 일들을 속속들이 알려고 하는 시어머니와의 간섭이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험한 말이 오고 가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극에 달했던 모양입니다 그 일로 인해서 부부간의 잦은 다툼으로 연결되고 어린아이들 심리까지도 불안하게 만드는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모양이었어요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누구든 사람들과 갈등으로 인해서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거져서 서서히 옥죄어오면 그 공포는 감당해 내기 힘든, 정말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지요 그렇다고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을 만큼 사사로운 이야기는, 나 혼자만이 겪어내야 하고 오롯이 혼자 풀어내야 하는 매듭인 것입니다 마치 황량한 인생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처럼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가장 힘든 고민을 가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포에 놓이게 되면 가끔 그 마음은 마치,


"벌겋게 달아오른 무쇠난로를

쓱 문질러보고 싶을 때가 있다고,

가스통을 안고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싶다고"


생각이 들 만큼 극에 달해서 내가 지금 고통의 한가운데 있다고, 소리치고 싶은 때가 누구든 세상을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녀는 한참 고통의 한가운데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잘 가꿔온 삶이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강하게 의지를 가지고 울부짖듯이 소리친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손짓이 마음속 깊숙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은 사람들과 사람들로 연결된 이음새라서, 그 틈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기라도 하면 쉽지 않은 일들이 가득 하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하는 숙명과 견뎌야 하는 운명으로 또 힘을 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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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여인에게서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흐르는 눈물만큼 꽉 차 있더군요 다시 살아나고자 하는 희망은 그렇게 자신을 돌아볼 때, 그렇게 자신을 내려놓을 때, 다시 활활 타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름처럼 일어나는 서운한 일들, 서로 얽히고설킨 말의 뒤섞임과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부글거리는 헛물들을 한참 동안 쏟아낸 후에야 잠잠해지더라고요 충분히 그 안에 거슬린 것들을 쏟아 내야지만 새롭게 자신의 창으로 다른 시선을 볼 수 있는 것이고, 과정을 통과해야 다른 문이 열리는 것이겠지요 창문에 뿌연 김이 서린 것처럼 여인의 안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하루 또 하루 젖은 낙엽처럼 쌓아둔 날이란 서로의 등을 보며 아픔을 아픔으로 문질러 아픔을 씻어내야만 잠잠해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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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관계는 세상밖의 많은 것들에게로, 자신에게로, 또 다른 과포장된 자신에게로 이음새를 놓아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은 연결이지요 우린 서로 이음새로 연결되어 있기에 때론, 죽을 것 같은 오해와 고통이 언제든 생겨나는 것이지요 연결된 이음새는 사람이 만들어 놓고, 또 누구에게 상처를 주고, 또 이음새로 이어지고, 우리의 삶은 때론 묵직하게 이어지는 때가 많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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