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의 향기
27년 지기 친구 세 사람이 인사동 만났다
친구 세 사람이 인사동에서 만났다 언제나 반갑게 만날 수 있는 기분 좋은 사람들이다 생각의 모양이 예쁘게 잘 맞아서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친구들이다 우린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지난 시간들을 잊지 않으려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정해두고 계절 만남을 하고 있다 함께 공유한 시간이 귀하고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잘 아는 사이다 서로의 소소한 기쁨에서부터 작은 소리까지 자연스럽게 알아지고, 때론 깊숙한 곳에 있는 묵직한 내면을 들여다보고는 함께 고민하고,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그 속에 또다시 그려 넣는다 가장 인간적이고 촌스러운 것에 감동하고 작은 것에 눈물 흘리고 매번 새로운 매력에 웃음 짓는다
모두가 삶이 차분하고 안정적인 내면의 베이스 위에 더 나은 성장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얼마나 예쁘던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
'이번에 작은 글씨 쓰느라 눈 빠질 뻔했어!'
'전시했던 그림이 완판이야!'
소복소복 예술이 쌓이는 소리들이다
서로가 노력한 시간을 촘촘하고 소중히 다루어, 오랜 시간 다듬어 놓은 그 시간들은 각자의 예술 위에 예쁘게 승화시켜 놓았다 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예쁘고 적당히 젊을 때 함께 공유했던 시간들이 어느덧 세월이 27년 지기가 되었다 그래서 함께 만나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우리들의 지금의 이야기와 지난 그때의 시간들이 파릇하게 되살아 난다 우린 시간을 초월하고 공간을 넘나들 만큼 많은 세월을 함께 했기에 지난 시간을 기억하면 예쁘게 톡톡 터지는 것이다 그때의 맑고 싱그런 젊은 우리들의 시간을 꺼내기라도 하면 그보다 이상 좋을 수 없는 순간이 되곤 한다
우리가 만나는 장소는 언제나 전시장이 있고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인사동에서 만난다 다들 예술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창작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인사동 전시장이 늘 궁금해지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있고 추억이 있는 장소인 인사동에서 우리의 생각을 쏟아낸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서예를 하는 서예가, 글을 쓰는 작가 모두가 창작을 하는 예술가들이다 각 분야에서 시간을 붙들어 예술을 물들이고 혼을 불어넣어 삶이 예술이고 생각이 창작으로 가득해야 하는, 때론 고독하고 아름답게 외로워야 하는 삶이다 창작을 예술로 몸에 물들이고 그 고통과 기쁨을 아는 사람들, 오랜 시간 고독한 시간들을 창작에 녹여내어 절정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활발하게 각 부분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이번에 전시회를 해!...'
'경기도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어!...'
늘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다
예술이라고 표현되는 것은 각 분야의 표현하는 방법이 각기 다를 뿐이지 어느 경지에 이르면 인간에게 말하려는 것은 같음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예술로 표현되는 것은 사람에게 주는 울림이 진하게 있다는 것, 모두가 그 고급진 느낌을 뽑아내기 위해서 시간을 덧입히고 수십 년 예술인의 삶을 살며 새롭게 창작의 시선으로 수많은 날들을 고민했을 것이다 예술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것인지를 우리는 서로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리 고독하고 외롭지 않다는 것, 그림으로 서예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그 속에 철학과 인문학을 덧입혀서 함께 공유한 시간들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힘이 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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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담아 놓은 상자 속의 민낯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동안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각기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편안한 사람들이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모든 걸 알 수 있어서, 잠자고 있던 지난 우리의 시간이 요술방망이가 되어 톡톡 터지면 우린 어린아이처럼 참 많이도 웃었다 이른 점심에 만나서 할 이야기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다시 저녁을 먹고, 다시 마무리 차 한잔으로 늦은 저녁에서야 헤어지는 그 끈끈한 끌림을 무엇으로 표현을 해야 할까? 만나면 세상 행복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까지 괜히 실실거리며 웃음으로 서로에게 화답하는 몸짓은
'그냥 좋다'는 것이다
우린 그렇게 맘껏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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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 힘이 빠지는 순간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 외로운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햇살이 몸에서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봄날처럼, 몸과 마음이 헐렁해지는 순간이 가까이 오더라도 그래도, 봄날 피워 올린 그 꽃향기들이 그러했듯이 그대들의 진한 향기가 울려 퍼지고, 나의 향기가 그대들에게 꽃 피우면 우린 항상 봄 날인 것처럼 웃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