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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명품 나눔

명품을 좋아하는 심리

by 현월안




사업을 하는 남편 덕에 평생을 화려하고 온몸에 명품을 두르고 사는 여인이다.

명품이 잘 어울리고 어쩌다 몸에 명품 하나를 지니는 수준이 아니다.

속옷부터 온몸에 명품으로 깔 맞춤을 한다. 명품을 둘러도 그녀가 입으면 자연스럽고 고급스럽다.

명품 옷은 원색적인 로고와 화려한 것이 많은데,

그녀가 가진 명품은 화려한 것보다 대부분, 톤 다운된 세련된 스타일이다. 그녀가 입는 옷은 엷은 파스텔 톤이고 우아하면서 고급스럽다.

단순한 소유를 넘어선 명품 수집이 맞을 정도로 명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명품이라고 생긴 것은 모두 섭렵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녀를 무척이나 부러워한다.



그녀는 일 년에 한 번씩 연례행사를 한다.

지인들을 모아놓고 명품 나눔을 한다.

연식이 좀 오래된 것을 나누는데,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은 것들만 선별해서 나누어 준다.

구두, 가방, 옷, 액세서리, 스카프...

계획된 시간이 아닌 자신이 정한 어느 날, 명품들을 나누기로 결심하고는 불시에 사람들을 부른다.

사람들은 본인이 초대되기를 기대하며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녀의 호출을 받으면 달려온다.

명품을 대방출하는 날은 재미있는 날이다.



그녀가 명품을 나누는 방식은 일방적이다.

받는 이가 맘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그때 기분에 따라 강제로 배분을 한다.

"이건 선희가 어울려~"

"내 눈은 정확해~"

라고 하며 기선제압을 한다.

그중 가방이 젤 인기다.

명품 가방을 손에 들고 누굴 줄까 그녀가 고민에 들어가면 그 짧은 시간에 불꽃이 튄다.

"언니 그 가방은 나야~"

성질 급한 어떤 이가

애절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간택당하기를 바라며 애원을 한다.

사람이 간절하면 자기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고 괴성이 나온다.

두 팔을 다소곳이 했다가, 위로 쳐들었다가

"언니~언니~"

외치는 사람,

마치 하인들이 절절매는 눈빛으로 납작 엎드리는 사람, 인간의 여러 모습이 그곳에 있다.

나눔을 하는 그녀는 살짝 눈을 아래로 깔고 그 순간을 즐긴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쥐락펴락 한다.

사람들은 잠깐만 비굴하면 명품이 손에 들어오는 걸 알기 때문에 온갖 뻔뻔과 애교가 다 튀어나온다.



몇 시간 동안 고성을 지르고 진땀을 빼면

사람들은 지친다. 그녀의 집 거실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리는 사람들, 아주 흡족한 표정이다.

맘에 드는 명품을 받아 들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이 행복해한다.



명품을 나눔 하는 그 자리에서 서로를 밀치고,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모습은 단순히 필요의 문제가 아닌,

'무조건 명품이 좋아'라는 이유일 것이다.

남이 쓰던 명품이어도 소장하려는 심리는

대부분 물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보다 돋보이고 싶은 감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있어 보이게 하는 허세'를 명품이 대신한다.



명품을 원하는 심리는

명품은 사람의 결핍을 가리는 가면이다. 존재보다는 보여짐에 목적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명품은, 그 시선을 확 끌어오는 려한 장치다.

나의 가치보다 명품으로 나를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더 이상 있는 그대로의 나가 아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덧씌우려 한다.

그것이 과거에는 계급이었고, 지금은 브랜드다.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자신의 실체가 아닌,

갖고 있는 액세서리, 갖고 있는 가방, 갖고 있는 신발...

끊임없이 명품으로 시선을 모은다.



나눔이란 말은 본래 따뜻하다. 나눔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녀가 애지중지하던 비싼 물건들을 쉽게 내어주는 것은, 쉽지 않은 귀한 행동이다.

나는 여름 원피스 두 개를 받았다.

색상이 화려해서 내가 소화하기 쉽지 않아서 명품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줬다.

맘에 쏙 들어하고 너무 좋다며 펄쩍펄쩍 뛰어서 놀랐다.

원피스를 건네줬을 뿐인데, 밥도 커피도 거하게 얻어먹었다. 다음에 두 번 정도 밥을 더 사겠다는 그녀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그렇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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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삶의 어떤 장면'에서 명품이기를 갈망한다.

그것이

물건이든, 일이든, 지식이든...

인간이 명품을 좋아하는 심리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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