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는 두려운 일이다
대장 내시경을 하려면 예전에는 장을 다 비워내기까지 좀 번거로웠는데, 이제는 많이 간편해지고 수월해졌다. 알약을 먹고 물을 시간 맞춰서 먹으면 된다.
그럼에도 대장 내시경을 하려면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검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번 병원에서 알려준 날짜에 맞춰서 숙제처럼 잘 지켜서 건강검진을 한다.
대장내시경을 하려고 병원 침대에 누웠다.
매번 수면 내시경을 하려면 여러 생각이 든다.
"마취에서 잘 깨어날까"
"꼼꼼하게 검진은 할까"
썰렁한 병원 시트 위에서는 공포와 불안이 몰려온다.
대장 내시경은 의료 검진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앞에 서면 인간은 그저 연약한 존재일 뿐이다. 마취가 진행되고 두려움이 몰려오고, 정신이 무기력해지고, 정신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누군가의 손에 무기력하게 맡겨지는 일은 정말 두려운 일이다.
이번에 대장 내시경을 받으면서 용종 다섯 개를 떼어냈다. 암으로 가지 않는 단순한 종양이라는 말과 흔히 있을 수 있는, 시술이었다는 의사의 말이 그저 반갑다. 걱정할 것 없다며 흔히 하는 말로 결과를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는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든다.
혹시 먹거리의 규칙에서 많이 벗어났던 건 아닌지,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지,
여러 생각이 스쳤다.
몸의 질병은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단순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근본적인 물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건강할 땐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처럼 여긴다. 숨 쉬는 일, 걸어 다니는 일, 삼키는 일, 배설하는 일이 하나의 자연적인 과정이고 거저 얻어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런데 건강은 작은 부분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삶이 흔들리고 비로소 존재를 깨닫게 된다.
용종 다섯 개가 내 장에 자라고 있었다는 것은 나의
먹거리의 반성이다. 내 몸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피로, 복통, 약간의 소화불량. 그런데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때로는 건강을 영원히 주어진 것이라 착각하며 산다. 건강은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날마다 섭취하는 먹거리가 정직하게 내 몸에 새겨지는 일이다.
질병이 인간에게 주는 것은 아마도 삶을 돌아보고
삶을 재구성하라는 신호일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내 몸에 나타나는 질병은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이런 말은 평온한 날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일상의 안락함은 삶을 편안하게 만들고 질병은 삶을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 몸의 작은 이상 증상으로도 사람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얼마나 많은 것에 의존하고 살아가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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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용종 다섯 개의 의미는 건강을 살피라는 신호다.
삶을 좀 더 세밀하게 다시 보기의 기회다. 건강은 단지 몸의 상태가 아니라 잘 다독이고 보살펴야 하는 필수 의지다.
세상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은 없다. 나이가 더해갈수록 조심하고 살펴서 섭취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물을 마시고,
고요한 밤에 숨을 고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순간이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