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우울한 날이 있다

진실의 통증

by 현월안



세상을 살다 보면

이유 없이 우울한 날이 있다
아무 일 없이 여전히

햇살은 예쁜데

내 그림자는 자꾸만 무거워진다


삶이란 꽉 짜인 스케줄 같아서

해야 할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종종 길을 잃는다


세상은 묻는다
“왜 우울하니?”

이유 없는 우울은 없다며
원인을 따져 묻는 질문은

칼날과 같다


삶이 가진 무게는,
논리로 해석이 안된다


사람은

무게를 벗어던질 자유를 가지지 못한다

그 무게 속에

책임,

관계,

기억,

그리고 스스로의 의미가

한 덩어리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무게를 벗어 버린다는 건,

자신을 해체하는 일이다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 책임은
그 어떤 것보다 무겁다

책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범이 되어야 하고,

등을 구부리고,

잠을 줄이고,
새벽을 나서는 일이다


그 안에는 내가 택한 것과

결코 택하지 않은 것,

아무 이유조차

모르는 것들이 섞여 있다


삶은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삶의 가벼움은 망각의 다른 이름이고,

우울은 그 망각이 깨지면 나타나는

진실의 통증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