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비가 내린다
떨어지는 물방울마다
시간이 깨어지고
그 파편 위로 내가 비친다
한 번 떨어진 물방울은
다시 오지 않는다
흐르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과 내가
둘이 맞닿은 흔적이다
눅눅함이 스민다
피부 아래로,
의식 위로,
저변의 경계까지
비 소리, 본질은
침묵 속에 있다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그 사이에서
삶이 연결된다
떨어지는 비
그 안에 깃든 무수한 생의 진동
조용히 침묵하게 한다
내리는 비는
생의 정직한 은유다
형태 없이 떨어지고
또 흘러가고 사라진다
고요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질문,
답을 묻지 않는다
삶은
설명이 아니라
몸소 겪는 것이기에,
비가 내린다
삶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