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딸이 준비 한 떡 케이크,
사뿐히 내려앉은 꽃이 너무 예뻐서,
어찌 이걸 잘라서 먹을까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다
생일,
달력은 아무 일 없는 척
조용히 숫자 하나만 바꿔 놓았고
세상은 내게 그냥 또 하루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고
작은 무관심에도 쉽게 젖는다는 걸
축하받기엔 너무 익숙하고
축하받지 않기에는 조금은 허전한
모순된 마음의 틈바구니에서
평소와 살짝 다른 기분,
'축하해'라는 말이
평소보다 더 따뜻하게 들리는 날,
그래도
이제는
아무 말 없이 지나치는 사람에게
서운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무수한 날들 중 하나일 뿐이다
아이처럼 들뜨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 앉는다
살아 숨 쉬고 있고
다행히 글을 쓰고 있고
누구의 말보다 더 진하게,
내가 나에게 위로해 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세상이 몰라도 괜찮고
그리 요란하지 않아도
이젠, 내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쯤에서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