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했던 여름의 열기를 걷어내고
이제 가을이다
여름의 뜨거움이 아직 남아 있지만
새벽 공기엔 이슬의 차가움이 묻어난다
햇살은 여전히 강하지만,
그 빛마저 한 겹 부드러운 옷을 갈아입는다
나뭇잎은 서서히 물들 준비를 하고,
들녘은 익어가는 곡식의 숨결로 가득 차 있다
바람은 한결 가볍고도 깊다
오래된 친구가 다가와
'이제 좀 쉬어가도 좋아'라고 속삭이는 듯,
가을은 언제나 포근히 안아준다
소란했던 여름의 열기를 걷어내고
차분하게 마음을 내려놓게 한다
계절은 돌고 돌아
풍요와 성찰을 선물한다
가을은 예쁘게 아름답다
화려하되 요란하지 않고,
깊이가 있지만 무겁지 않고,
끝내 떠나면서도 풍요를 남긴다
가을은 철학을 품고 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진리'를
가을은 풍요를 약속하면서도,
소멸을 가르치는 계절이기에
낙엽 하나에도
채움은 비움에서 온다는 깨달음을,
익어가는 열매 속에 심어 놓는다
사람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사는 듯하지만,
계절의 순환 속에서
삶의 이치를 배워가는 존재다
이제는
뜨겁게 살았던 날을 뒤로하고
부드럽고 여유 있게 삶을 돌아보고
마음에 빈자리를 남겨두라고
그 빈자리에 바람이 들어와 노래하고,
햇살이 들어와 따뜻하게 쉴 수 있도록,
가을이다
가을은 여전히 넉넉하고
그 숨결은 깊고 부드럽다
적당히 품은 온기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