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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찾아 떠나는 자유

그녀는 낯선 세상을 찾아 떠난다

by 현월안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그녀는 조금 이른 퇴직을 했다. 오십을 갓 넘긴, 결혼을 하지 않은 노처녀다. 그녀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해외여행이다. 결혼보다 여행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다.

그녀의 일상은 항상 여행 가방을 싸둔 채 대기 중이다. 여행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이다. 단체 여행에서 하루 이틀 남겨두고 누군가 갑작스럽게 취소가 된 티켓이 생기면 여행사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망설임 없이 바로 떠날 수 있고, 취소된 티켓이라서 여행 비용이 많이 저렴하고, 그 기회를 가지고 어느 나라든, 해외여행을 즐긴다.



그녀의 떠남은 거침이 없다.

혼자서 익숙하지 않은 땅으로, 낯선 언어와 낯선 풍경을 찾아서 떠난다. 보통 사람들은 그녀처럼 어디든 훌쩍 떠날 수가 없다. 가정 살림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가족에 치이고... 자유가 없다.

그녀는 결혼을 안 한 혼자이고 교사라는 직업도 그만두었으니 모든 것이 자유롭다. 그녀의 자유가 부럽다며

질투를 섞어서 사람들이 묻는다.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이유가 뭐예요?"

그녀가 대답을 한다. '세상에 있는 새롭고 낯선 것들이 좋다'는 짧은 대답뿐이다. 사실, 혼자 세상 곳곳을 누빌 수 있는 용기와 자유가 부럽다.

해외여행은 일상을 탈출하는 비상구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미련 없이 떠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하고, 이름 모를 도시의 골목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자유가 사실, 많이 부럽다.



여행은 나 아닌 것을 통해 진짜 나를 더 선명히 자각하는 시간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세상의 틀을 벗어난 공간에서, 자신이 중심인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여행을 하면 생각이 꽉 차고 풍성해지는 느낌이고, 가슴에 쌓이는 것이 많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다. 떠남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고, 존재 의미를 깨닫는 소중한 기회다.



사람들은 그녀가 여행 중독에 빠졌다고 말을 한다. 중독은 단지 약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중독은 반복하는 것을 말하고, 욕구와 불안을 가지고,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한다. 그녀는 이제 여행이 없이는 일상을 버틸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녀에게 여행은 치유를 너머선 중독에 가깝다. 일 년에 다섯 달은 외국 여행을 한다.

그녀의 여행은 자신을 깊숙이 만나는 치유이고, 낯선 도시의 기분 좋은 만남을 하고, 매번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의 눈빛과 말투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조각들을 조금씩 모아둔다. 그것을 사진으로 글로 남긴다. 그녀의 반복적인 여행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 자기 초월을 낯선 곳에서 느끼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자신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 더 넓은 세계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묻고 싶은 갈망이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이다.

"내가 살아 있으려면 떠나야 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 기대어 외로움을 견디지만, 그녀는 거리와 바람과 낯선 이에게 기대어 버티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다가 사진을 찍고, 또 글로 남기고, 이제는 그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을 예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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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마도 어디론가 또 바람처럼 계속 떠날 것이다.

짐을 미리 싸 두고, 여행사로부터 올지도 모를 전화에 귀를 기울이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현실을 회피하는 사람이라고, 외로움을 못 견디는 사람이라고, 조금은 부러운 눈빛으로 말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다. 자신이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푹 잠긴 채 더 깊은 의미를 찾고 있고 또 그것을 사진으로 글로 남기고 있다.

여행자처럼, 순례자처럼, 사진작가처럼, 보헤미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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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있을 나의 궁금 조각들이 흩어져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은 도피가 아니라 선택이다.

머물러야 하는 것도, 떠나는 것도, 끝까지 혼자인 것도, 삶을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다.

가방을 싸고, 마음을 열고,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그녀는 또 길을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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