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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배고픔 사이

그 남자는 살기 위해 훔쳤을까

by 현월안



동네 슈퍼마켓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오가는 곳이다. 6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물건을 훔치다가 점원에게 들켰다. 소고기를 주머니에 넣고 가다가 불룩 튀어나온 주머니를 점원이 확인한 것이다. 그는 발각되자 당황하며 주머니에 넣었던 고기를 꺼내 놓았다. 이미 주변의 눈은 그 남자의 행위를 생생히 포착했다. 곧 경찰이 오고, 그를 둘러싼 상황은 순식간에 범죄로 몰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차림이 심상치 않았다. 허름한 차림에 바싹 마른 체형에서 이미 힘듦이 들어 있었다.

그 남자는 양심과 배고픔 사이에서 많이도 고민했을 것이다.



훔치는 일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그것은 범죄다.

그 남자가 훔친 것은 식품으로 그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범죄를 넘어선, 도덕과 생존 사이의 문제였을 것이다. 그는 윤리를 어겼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최소단위의 행동이었을까? 양심을 두고 고민할 때, 누구나 마음속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지막 선이 있다. 그 선을 넘기 전까진 끝까지 참지만, 한 번 무너지면 모든 것이 부끄러워진다. 그 남자는 그 선을 넘은 것이다.

"내 사정이 이렇다고..." 누구에게 도움을 구하지도 못하고, 부탁 한마디 꺼내지 못한 채,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사람은 이성적이고, 사회적 동물이다. 도덕적 행위는 이성적 행동에서 나온다. 하지만 사회가 개인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할 때, 양심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의 굶주림을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세상 곳곳에는 사회적 무감각이 숨어 있다. 퇴직 후 생계를 잃은 노인, 복지의 부재, 무관심...

그런 것들이 그 남자의 손을 도둑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 남자는 사회라는 구조 속에서 조용히 낙오된 사람이 아니었을까.



사회는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고, 홀로 사는 노인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의 사회적 고립, 소외...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사회는 각자가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터가 되었다.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없는 조건에서는 범죄로 내몰리고, 사회에는 최소한의 생존자로 살야 가야 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 남자의 주름진 얼굴엔 삶의 시간이 새겨져 있었다.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테고,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는 누구에게도 필요한 존재가 아닌 듯했다. 사회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매번 너무 늦게 반응한다. 뉴스에 나오고, 또 누군가 울고 난 뒤에야...

“아, 그 사람이 그렇게 힘들었대”라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그 한숨으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 남자 행동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과 무관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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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슈퍼마켓에서는 물건을 훔친 죄보다 우리 주변의 배고픔과 외로움이 드러난 일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남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기를. 무엇보다, 내일은 끼니라도 먹을 수 있기를. 조금 더 따뜻하게,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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