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 맑은 천사들
아파트 숲 옆 유치원이 있다
담장을 넘어 고운 웃음이 번진다
오종종 작은 발자국들,
그 속엔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세계가 있다
아파트 담장 너머
작은 웃음들이 피어오른다
올망졸망, 햇살 같은 아이들
바람보다 먼저 마음을 건드린다
까르르 웃으며 달리는 발끝엔
세상의 무게가 없다
나는 가만히 그 옆을 지나며
잊고 있던 내 마음을 주워본다
나도 저런 맑음이 있었을까
먼지 낀 창처럼 흐려진 마음 한편이
스르르 투명해진다
알록달록 크레파스 마음으로
구름을 그리며 뛰노는 아이들
그들의 눈동자엔
무엇 하나 닳거나 뒤틀린 게 없다
천진한 손짓 하나,
비로소 어른인 내가 멈춰 선다
그 곁에서 묻는다
무엇을 잃고 이 자리에 왔는가
그 맑은 웃음이
내 안의 먼지를 털어 낸다
기억 저편, 내가 버려둔 나를
그들 속에서 다시 마주한다
세상은 여전히 거칠고 깊지만
잠시, 그 옆에 서는 것만으로
나를 조금씩 닦아낸다
아파트 옆 유치원
노란 병아리 천사들이 재잘대면,
정화가 조용히 시작된다
가장 순수한 시작을 본다
말이 아닌 존재,
생각이 아닌 보임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