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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Jul 04. 2023

아들과 걷는 여인

자폐 아들과 공원을 걷는 여인


    오늘도 여인은 아들과 공원을 걷고 있습니다 특수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학교 가기 싫은 날은, 그를 데리고 공원 둘레길을 걷고 또 걸으며, 오늘도 무한 반복하며 걷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어린아이 지능을 가진 여인의 아들은, 몸은 거구의 성인이지만 자폐를 가지고 있어서 나날이 더해가는 난폭성 때문에 집안에 있는 가재도구온전한 것이 없을 만큼 하루에도 몇 번씩 마구 폭력을 행사하고 닥치는 대로 던지고 부수고 어가 안 되는 행동그리고 무엇보다 먹는 것은 목까지  차야 멈추고, 먹을 것을 줄여서 주게 되면 폭력으로 소란을 피우기를 반복하고 부부는 하루하루 전쟁하듯이 살아내고 있는 듯했습니다 부부는 번갈아가며 110kg 넘는 청소년 아들의 건강을 위해서 아기 다루듯이 손을 잡고 장소를 정해두고 무한 반복해서 걷고 있습니다 공원을 걷는 것은 하루 중에서 중요한 일상이 되었고, 기분을 안정시키려고 동화책과 다양한 책들을  들려주며, 매번 어르고 달래고, 매일 아슬아슬하게 진을 쏙 빼고 온몸으로 세상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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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봇물 지듯이 쏟아졌습니다 자폐 아들을 사랑으로 온전히 책임지겠다고 둘째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부여하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온전한 책임있는 사랑을 오롯이 주겠다는, 결기 같은 다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눈물겹게 전해졌습니다 여인의 남편이 대기업 다니던 것을 그만두고, 난폭하게 커가는 아들을 케어하겠다고 마음먹고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 운전기사를 선택했던 , 보물을 손에 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끝내는 내던져야 했던 안타까 후회는 가느다란 떨림으로 증폭되어, 긴 여운과 회한이 아련하게 전해지더라고 아들의 성장 과정을 글로 표현하며, 여인은 글 쓰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은 어쩌면 부부가 살아가는 일상과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한줄기 빛과 같은 통로였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오늘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가 배경 음악으로 깔려서 그럴까요 같은 이야기라도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려지는, 통곡이 진한 울림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다행히도 글쓰기는 여인이 세상을 살아내는 이유였고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희망이고 힘이었습니다 여인과의 전화 통화는 긴 시간 계속되었고 진심이 담기고 강하게 느껴지는 책임 있는 사랑이 밑바탕에 깔리어, 지독한 아들과의 사랑이야기는 매번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고 너무 묵직해서 큰 벽을 마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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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너무 힘들어하고 여인의 모든 지쳐서 번아웃 되진 않을까 염려인 것은 지금 상황이 아마도, 폭풍이 내리치는 빗줄기 속에서 천둥 번개를 만나 지쳐 쓰러지고, 희미한 정신으로 겨우 일어나, 저벅저벅 허공을 걷다가 쓰러지고는 어떻게 해서라도 또다시 일어나서 혼절하기를 반복하는 일상의 연속들... 여인의 끝없는 가슴앓이는 지금의 삶의 구성이 꽉 막힌 터널 안에 있는 것 같고, 한가족이 모두 고통과 통증의 통 안에서 뱅글뱅글 그 자리를 돌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돌파구를 찾고 싶어 몸부림치며 살아내고 있는 듯했습니다 매번 나의 작은 가슴으로 위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간절한 기도뿐이지요 어찌 짧은 마디의 글로 그녀의 애가 타고 힘든 상황위로가 될까요 함께 아파하고 말없이 닥여주고 들어주는 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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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결이 참 예쁜 여인, 힘들어하지 말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 힘들어도 이 고비를 넘겨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힘을 내자고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살만하다고... 혹여라도, 여인이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여인의 등 뒤에서 어느 별은 반짝였을 것이고, 한 없이 속상한 순간에도, 긴 한숨이 어느 꽃들에게 맞닿아, 예쁘게 화답했을 거예요 지금 힘들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인생은 누구나가 쉽지 않은 길이잖아요 아마도 다들 조금씩 빛깔은 다르지만, 어느 집이든 가까이에서 들춰보면 누구나가 인생을 그렇게 비슷하게 살아내고 있을 거예보통 사람들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또 새벽이 찾아오면 그렇게 그렇게, 뒤척이다가 작은 빛줄기 하나에 기대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집을 나서겠지요 바람이 차다고, 천둥 번개가 친다고, 잠이 덜 깼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그러하게 인생은 또 살아있으니까 살아지는 것이고, 어쩌면 인생길은 아주 작은 차이도 아닌, 누구나에게 다 어려운 과정인 것이지요 그래, 다시 힘내서 좋은 날을 기대하며, 살아야 하기에 힘껏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래도 아들과 손잡고 공원을 걸으며 데이트할 수 있잖아요?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이에요!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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