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 임윤찬 듀오 피아노 콘서트
아들이 피아노 연주회 티켓을 툭 던져 놓으며 한다는 말이 "엄마? 허기 채우러 갑시다" 한다. 엄마아빠를 위해서 준비했다는 말이 그저 고맙다. 그래서 얼른 좋다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허기를 채운다?"
말이 좀 거슬렸다.
사실, 인간은 원래 공허하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너도 그러니?"
아들과 함께 연주회에 갔다.
피아노 연주회장에는 예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로비의 대리석 바닥을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숨죽인 대화들이 긴장과 기대의 공기를 만든다. 아들덕에 정면으로 보이는 좋은 자리에 우리 부부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하고, 요즘 라이징 스타로 알려진 22살 젊은 연주자다. 손민수피아니스트와 사제지간으로 많이 알려졌다. 이번 듀오 피아노 콘서트는 생경한 컨셉이기도 하고, 어떨까 궁금했다. 스승 손민수 피아니스트와의 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손민수 피아니스트는 차분하고 정갈하게 톤을 잘 잡아주고,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 정말 락커 같았다. 분명히 피아노 두대가 연주하는데 현악기 같은 음들이 합으로 나오는데 그것은,
'신비롭고 우아'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손민수 임윤찬의 연주는 테크닉을 넘어선 천상의 아름다움의 경지다.
피아노 연주회는 내게 예술의 범주를 너머 선다.
내 안의 어떤 공허와 마주하고, 그것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허기를 채우는 나만의 의식이고 쉼이다. 사실, 정확히 무엇을 비우고, 또 무엇을 채우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망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완전히 채워질 수 없고. 어떤 욕구가 충족되면 또 다른 갈구가 고개를 든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고, 또 예술을 찾아다닌다. 시간을 들이고, 돈을 들이고, 몸과 마음을 다해서 정성을 쏟는다. 예술은 근본적인 결핍을 가장 진실하게 드러내는 이에게, 또 가장 아름답게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전율이 스쳤다. 그것은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공허와 닿았기 때문이다. 감정은 논리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은 때론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불분명한 것들 속에서 사람은 흔들리고, 불안하고, 외로운 존재다. 그런데 바로 그 불안을 음악이 그대로 끌어안는다. 오히려 말보다 조심스럽게, 침묵보다 따뜻하게. 내면을 감싸준다.
연주회장은 조용하게 모두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지 않는다. 숨소리조차 멈춘 듯, 다들 묵직한 침묵 속에 가라앉아 있다. 누군가는 눈을 감고, 누군가는 두 손을 가만히 모으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안쪽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뭔가를 채우고 싶어 한다. 내가 갖지 않은 어떤 것을, 아니 어쩌면 존재조차 모르는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고민을 한다.
경지를 너머선 예술인을 보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그 한계를 초월하는 힘이 보인다.
손민수 임윤찬의 연주는 그 작은 것을 자극한다. 그들은 건반을 통해 내게 조용히 묻는다.
"공허한가요?"
"그 공허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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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가 끝난 후에도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마음속에 떠다니는 잔잔한 여운 때문이다.
연주회장은 다시 고요해지고, 사람들은 조용히 빠져나갔다. 손민수 임윤찬의 아름다움으로 내 안에 뭔가를 가득 채워주었다. 그 충만함은 또, 새로운 감정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열정으로 가득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몸짓을 따라가다가,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있었던지 다음날 몸이 뻐근했다. 그저 관객일 뿐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