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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언제나 순간

엄지발가락 부상

by 현월안



설거지를 하다가

무거운 그릇 하나가
내 엄지발가락 위에 떨어졌다

엄지발가락을 정조준했다


한 순간,

우연이라 부를 수 없는
폭격,
내 몸의 일부를 꺾어놓았다


엄지발가락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고,
통증은 차오르는 파도처럼
내 안에 밀려왔다


순간,
세상의 부서짐을 보았다
고통은 언어보다 빠르게 파고든다

어떤 설명도 없이 몸을 찢는다

참지 못하는 고통은

시간마저 멈추게 한다


삶을 자유라 믿지만,

사실은 우연과 한계가 지배한다

내 몸의 힘줄이 끊어질 때,

진실은 냉정하게 드러난다


삶은 늘,
뜻하지 않은 모퉁이에서
날카로운 현실을 들이민다


엄지발가락은 나의 끝자락

그런데,

지금은 삶의 중심에 놓였다


철학자 괴테가 내게

한마디 건넨다

'네가 조절할 수 없는 것'들이
너를 가장 솔직하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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