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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너무 뜨겁다

에어컨을 붙들고 산다

by 현월안




에어컨 붙들고 산다
낮에도 밤에도
한 칸 사각의 집 안,

서늘한 문명의 숨결 아래 누워
얼려두는 중이다


더위가 싫어 밖을 피하고,

시선을 피하고, 햇빛을 피하고,

살기 위해 문을 닫고,

문을 닫아 숨을 쉬고,
스스로를 가둔다


버튼 하나로 기온을 설정하고
자연을 관리하고 감각을 조절한다
더 이상 여름은 계절이 아닌,
삶의 선택이 되었다

그 대가로 매일 조금씩 잃는다
전기요금, 수치로는
해석할 수 없는 어떤 내면의 근육,
사유의 깊이, 그리고 땀의 기억들.


에어컨은,
문명의 쉴 틈 없는 숨이다
그 숨결 아래,
계절의 흐름을 느끼지 못한다
더 이상 느끼려 하지 않는다

참는 힘과,
참을 이유도 잃었다


에어컨 없이 살았던

그때의 사람들은

부채 하나,

창호지 바람 틈 하나로

더위를 견뎠다

계절의 한가운데에

자신을 꺼내 놓았다

그렇게 어찌 살았을까,

어떻게 견뎠을까,


밖은 너무 뜨겁다

안은 너무 차갑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난 뭔가를 잃은 것처럼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아닌 채 부유한다


! 닫힌 공간 속에서,

편안함과 무감각이

서로 길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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