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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셰프의 진심

초밥 오마카세에서

by 현월안



작은 가게, 조용한 불빛

셰프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무언가가 말없이 다가온다

냄새도, 소리도 없이

온기처럼 번져오는 무언가,


셰프의 손끝은
말보다 더 깊은 것을 말하고 있다
말없이 빚어진 조각들 사이로
무언가를 먹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전해지는 느낌들,


셰프의 손이 바삐 움직인다

손끝으로 말하려는 듯이

깊은 사려와 정성을 담아

마치, 누군가의 하루를

고요히 감싸 안는 듯하다


쓱 초밥을 얹는 동작 하나에

한 사람의 하루가 깃들고

내 앞에 놓이는 그 짧은 찰나에

오랜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맛이란 감각을 넘어
시간이 쌓아온 하루, 수천의 반복,
그 속의 자부심, 그 너머의 시간이다
순간, 먹는 자가 아닌
작은 예술을 목격한 관객이 된다


삶이란 어쩌면
정갈하게 놓인 한 접시 위
잠시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예술일지도 모른다


그의 진심이 차려지는 시간이
나의 가족 모두와 함께라서

더 귀한 순간이었다는 걸,


예술은 멀리 있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내어주는

그의 손끝에서
정갈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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