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과 채식사이

채식주의자 그녀

by 현월안



여러 사람이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

완벽한 채식주의자 사람이 끼어있다


세상은 고깃집의 불판 위에서
끊임없이 지글거린다
기름이 튀는 소리가 환호처럼 들리고,
연기는 축제의 신호처럼 하늘로 솟아오른다


세상은 욕망의 구조 위에서 돌아간다

육식은 단순하지 않은

오랜 시간 사람이 길들여온 상징이다

고기는 풍요와 능력을 가졌다

채식은 그 틈새에서 생겨난 균열이다

완전한 채식주의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방향에 대한 깊은 질문이다


고기를 거부하는 것은

세상이 정해놓은 질서에 손을 드는 일이다


"자동차를 갖지 않고 속도의 윤리를 거부하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편리를 거부하고,

육식을 안 하고 살생을 거부하는 것처럼"


"왜 고기 안 먹어?"
그녀에겐 보이지 않는 심문이다

같이 앉아 있지만, 같이 먹지 못하는 자리.
함께 웃으면서도, 함께 웃을 수 없는 대화.
꺼낸 말들은 모두
서늘한 공기 속에서 부서진다


그녀는 점점 더 '영혜'가 되어 간다
세상의 한가운데서 쫓겨난 것처럼,


그녀가 지켜낸 외로움은
불타는 불판 위에서 뒤집히는 고기 대신
나무의 숨결을, 풀잎의 떨림을,
새들의 울음을 달래는지도 모른다


육식과 채식의 물음은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 아니라
삶의 물음이다

누구는 고기를 씹으며 삶을,
누군가는

풀을 씹으며 세상을 이어간다


그런데 모두,
곳에 앉아
같은 밥상을 나누는 존재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육식의 환호와 채식의 침묵 사이에서,

진정한 물음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아닌

'어떤 가치로 살아갈 것인가'였음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