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은 자기 초월에 있다
아침 드라마를 보다가 대사 하나가 강렬하게 들어온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이 짧고도 강렬했다. 정말 그럴까? 마치 오래된 진리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실망과 배신을 경험한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사람을 물건처럼 규정하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말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 아니면, 변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걸까?
사람의 행동에는 일정한 지향성이 있다. 살아온 경험, 믿음, 선택들이 얽히고설켜 습관적 흐름을 만든다.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처럼, 사람의 작은 모습을 보고 전체를 짐작하곤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은 그만큼 지향성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길을 걷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자기 성향을 만든다. 스스로 바꾸고 싶어 하는 약점조차 어느 순간 다시 그 길로 이끌린다.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변화하지 않으려는 한계가 아니라 선택의 부재다. 인간다움은 선택의 자유이고 스스로를 넘어서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이기적 충동'을 억제하고 자비로운 성정을 열어갈 때, 사람 본성의 완성을 향해 간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본능에 이끌리는 삶을 인간답다고 부르지 않는다. 본능을 넘어설 수 있는 힘, 그것이 인간다움의 중심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쉬운 길이지만, 그 고통을 나누어 고민할 때 누군가를 인간답다고 한다. 인간다움은 한계를 넘어서고 자기 지향성을 바로 알고, 벗어나려는 노력이 있다면 좋은 기운을 내 안에 가지는 일이 가능하다.
사람은 자기 안의 나쁜 기질인, 굳건한 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얼마든지 좋은 성정을 지닐 수 있다.
양심의 목소리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다. 그때 사람은 조금씩 달라진다. 어제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어제와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기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경험에서 나온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변화는 느리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자신을 바로 알고, 이기심을 제어하고, 타인을 향한 애정을 열어갈 때 인간다움은 빛난다. 사람은 안 변한다고 하지만,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가진 가능성이다. 변화하지 않는다면 본능의 행동에 불과하지만, 변화할 수 있기에 인간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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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은 자기 초월에 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은 자기 안의 본능과 습관을 가진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변화하려는 사람은 자유로운 주체이고, 스스로를 새롭게 만드는 주인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물건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