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이라는 아름다운 절기
여름의 끝자락에서
여전히 불타는 공기를 들이마신다
절기는 분명 가을을 불러왔건만,
태양은 묵은 집착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지를 짓누른다
옛사람들은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오늘,
창가에 매달린 매미마저 아직 날카롭게 운다
계절의 약속이 더위의 발목을 붙잡혔다
절기의 흐름은 여전히 하늘의 질서일까,
아니면 사람이 망각한 기억 속에서만
의미를 이어가는 이름일까
더위 앞에서 흔들리는 처서는
자연의 흐름을 고발하는 듯하다
바람은 안다
밤하늘의 별자리가 조금씩 자리를 옮기고,
벼의 이삭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고,
귀뚜라미의 가는 날개가 풀숲을 흔드는 순간,
가을은 이미 땅속에서 숨 쉬고 있음을
오늘은 모기의 목이 삐뚤어지지 않았다
언젠가,
시간도 삐뚤어져
더위와 추위가 서로의 경계를 잃고
뒤섞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기후가 아닌,
잃어버린 조화의 언어이며
되찾아야 할 질서이다
그래도 처서는
'가을의 문턱'이라고 부르는
시 쓰기 좋은 계절,
감성적인 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