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녹턴 20번 단조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
'쇼팽 녹턴 20번 단조'에 요즘 빠졌다
한 음, 또 한 음,
피아노 건반 위에 떨어지는 소리는
검은 밤을 헤매는 별빛 같아
C#단조의 깊은 어둠 속에서
오래된 기억과 마주 앉는다
그 기억은 말하지 않아도 울림이 되고,
울림은 나를 꿰뚫어
내 안의 가장 고요한 자리로 이끈다
조성진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누군가의 고백처럼, 기도의 잔향처럼
멈추지 않고 내 마음속을 맴돌고,
루바토의 흔들림 속에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심장의 맥박을 듣는다
C#단조의 어둠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고국을 떠난 젊은 쇼팽이
그리움과 고독을 녹여 넣었듯,
선율 속에서
내 안의 그리움을 하나하나 마주한다
어둠은 단순히 어둡지 않다
그 안에는 더 깊은 희망의 샘이 숨어 있다
Db장조로 번지는 순간,
알게 된다
사람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고통 속에서만 태어나는 빛,
빛이 있기에 어둠이 견딜 수 있는 것임을
마지막 아르페지오가
잔잔히 흩날리는 파도처럼 사라질 때,
더 이상 슬픔에 잠기지 않는다
슬픔마저 감싸 안게 되는 고요한 소리,
피아노 선율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감정선과 맞닿아 있다
요즘 나는,
조성진의 '쇼팽의 단조'
연주에 빠져 하루를 건너간다
마치 슬픔조차도 아름다운 풍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