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대지를 적시는 소리
서울에 비가 내린다
하늘이 활짝 열리며
맑은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진다
지친 대지를 적시는 소리,
타오르던 공기를 한순간에 식힌다
숨 막히던 열기는 사라지고
온 세상이 투명한 숨결로 채워진다
빗방울이 이마에 닿는 순간,
얼굴 가득 퍼져 나가는 서늘한 기운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청량한 바람
가슴속까지 맑아지고,
온몸의 무거움이 단숨에 씻겨 내려간다
비가 내린다
세상은 잠시 느려지고,
느림 속에서 잠시 위로를 받는다
시끄럽게도, 조용하게도 내린다
모든 소란을 잠재우고
내 안의 불안을 씻어내며
'괜찮아' 하고
속삭여 주는 것만 같다
비가 내리면 세상은 유리처럼 닦여
투명한 얼굴을 드러낸다
흙내음과 풀냄새가 바람에 섞여
코끝을 간질일 때,
향기마저 시원하게 마음을 적신다
비는
대지의 온도를 낮추는 감각이고
사람의 마음을 맑게 적셔주는
다정한 위로다
오늘, 모처럼 단비가 내린다
세상이 시원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