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여유

어딜 가나 이젠 지갑을 여는 나이

by 현월안




전화를 받으며 지인이 하는 말

어딜 가서 든

'지갑을 여는 나이가 됐어요' 한다

'우리 나이가 많기는 해요'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시간의 무게가 더해지는 일이다
젊음의 분주한 발걸음이 멈추고,
호흡이 고르게 고요해지며,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일,


젊을 땐 앞만 바라보느라
예쁜 꽃의 피어나는 것도 놓치고,
스치는 바람의 인사도 흘려보냈다


이제는
예쁘게 피어있는

백일홍 한 송이와 눈을 맞추며
싱싱한 꽃에서 생의 신비를 배운다


작은 여름꽃들이
계절을 지나 사라지는 모습에서
다시 이어질 순환의 모습을 본다


행동은 느려지고,
귀는 세상의 소음을 덜어내지만,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마음의 눈이다
더 따뜻하게
내 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세월이 주는 선물이 아닌가


인생은 거대한 기차,
내가 속도를 조절할 수 없듯
흐름을 거부할 수는 없다
창가에 기대어
변화하는 풍경을 바라보고,
순간마다

다른 감각을 감사히 받아들인다


알 수 없는 여유와 편안함,
젊음에서 느끼지 못했던 기쁨이다


이제는 바쁘지 않아도 좋다
곁에 남은 사람들과 단순해져서 좋다
적당한 거리의 관계 속에서
진짜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 곁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더 깊은 이해이고,

여유로워지고,
부드러운 감각의 앎이다


세월은 내게서

무엇을 빼앗아 가는 듯 하지만
대신,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과
놓치고 살던 기쁨을 선물한다


오늘

예쁜 꽃이랑 눈을 맞추고
다시금
생이 숨 쉬는
축복임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