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얀 목련'을 부르고 떠난 사람

그녀의 마지막 노래

by 현월안




사람의 삶은 꽃과 닮았다. 피어날 때는 눈부시고 향기로우며, 지는 순간에는 애틋하고 쓸쓸하다. 꽃이 피어있는 걸 보고 계절을 알듯, 누군가의 삶을 통해서도 유한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녀는 췌장암 4기 병원에서 6개월 선고를 받았다. 남은 시간이 6개월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오래된 기억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예전에 노래방을 찾아다니던 시간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즐기는, 자연스럽게 노래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웃음소리가 벽에 가득 차고, 노래가 번갈아 이어지던 그 시간 속에서 그녀는 늘 빛나는 사람이었다. 노래를 참 잘하던, 목소리만으로도 공간을 환하게 밝히던 사람.



그녀가 우리 크루 사람들을 간절히 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글을 쓰며 철학 독서토론에서 만난 인연이고, 고등논술을 하는 선생님들만 이루어진 모임이라서 정신으로 이어지는 끈끈한 정이 있었을 것이다. 끝까지 글쓰기를 놓지 않았으니까 애정이 있었을 것이다.

깡마른 체구에 의지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에 잠시 병원이 아닌 주사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외출을 했다. 그녀가 노래방에 가기를 희망해서 밥을 간단히 먹고 노래방에 갔다. 모두가 한곡씩을 부르고 그녀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의 첫마디는 모두의 심장을 깊이 울렸다.



“여러분들, 젊은 날 함께 해줘서 고맙습니다.

아마 이 노래가 마지막일 거예요...”



그 순간, 노래방 풍경은 인생의 장엄한 무대가 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로 흘러나온 노래는 양희은의 '하얀 목련'이었다. 맑고 단단한 음성이고, 이별을 예감하는 고요한 체념과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사랑의 인사가 함께 깊이 들어 있었다. 모두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감정 속에 숨을 죽여 듣다가, 노래의 마지막 소절 '하얀 목련이 진~다'에서, 모두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모두가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그 순간은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다.

그녀의 삶을 스스로를 예언하는 순간 같았다.



그리고 두 달 뒤, 그녀는 목련처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아직 젊은데, 아직 나눌 이야기가 많은데.. 계절이 꽃을 거두듯 그녀는 조용히 떠났다.



삶은 왜 그렇게도 덧없을까. 삶이 뭘까. 죽음이 뭘까.

늘 영원하리라는 환상 속에서 살지만, 사실 인생은 목련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그렇기에 그녀의 노래는 한동안 마음속에 머물렀고, 철학적 질문을 남겨 두었다. '무엇이 살아 있게 하는가,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를 묻는 듯한.



그녀는 노래로 답을 하고 떠났다. 젊은 날 함께해 준 고마움, 사람 사이의 인연, 끝내 사라지더라도 마음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울림. 그것이야말로 죽음 앞에 선 사람이 남긴 가장 진실한 고백이었을 것이다.



목련은 매년 봄에 다시 핀다. 목련이 흩날릴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가 되살아 날 테고, 깊은 앓이를 하겠지. 꽃이 진 자리에 남는 건 허전함이듯, 사람이 떠난 자리였으니 더 애틋하다.


,.,.,,.,.,...,.,.,.,....,.,.,.,.------------


하얀 목련은 부르고 떠난 사람, 그녀는 떠났지만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고 매년 목련꽃으로 찾아올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