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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연예인을 본다면

백화점 걸그룹 팬 사인회

by 현월안




우리 집 가까이에 h백화점이 있다. 백화점은 언제나 참 화려하고 예쁘다. 반짝이는 조명과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이 시선을 끈다. 오랜만에 구매할 물건이 있어서 백화점에 갔다. 그런데 백화점 한쪽 매장 앞에 유난히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걸그룹 가수가 팬 사인회를 하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학생들과 젊은 주부들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했다. 사람들 틈에서 뒤꿈치를 들어 올려 가까스로 무대 위를 올려다보았다. 너무 유명해서일까.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도 모였다. 순간 사인을 받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히 팬심일까, 아니면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증거를 얻는 일종의 자랑일까. 어쩌면 그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기쁨이고 의미일지도 모른다.



한 시간 뒤 내가 필요한 것을 다 사고, 다시 그곳을 지나가다가 보았더니 더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이미 작은 매장은 하나의 무대가 되어 있었고, 사람들의 환호와 플래시가 쏟아졌다. 백화점의 전략에는 유명인을 향한 환호와 그 열광을 이용하는 백화점의 교묘한 전략이 맞닿아 있다. 유명인의 얼굴 하나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 열기 속에서 소비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백화점은 이익의 논리를 정확히 실현하는 곳이다.



하지만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 하는 것이다. 삶의 자원 가운데 가장 귀하고도 유한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간을 무엇에 쓰는가는 또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를 말해 준다.



유명인의 사인을 받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일 수 있다. 토요일이고 가볍게 기분전환일 수 있고, 그 순간의 설렘이 삶을 살아갈 힘이 된다면, 그것 또한 나름의 가치 있는 소비다. 하지만 무심코 휩쓸리고, 남들이 몰려 있으니 나도 덩달아 발길을 옮기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다. 내 시간을 타인의 열기에 휩쓸려버리는 순간, 삶에서 주인이 아닌 손님이 되어 버린다.



삶은 시간의 조각들을 엮어 만드는 직물과 같다. 그 조각 하나하나를 무엇으로 채울지, 어디에 쓸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때로는 호기심을 멈추고, 나만의 계획과 리듬을 지켜내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의 대화, 내 마음을 기르는 것의 고민, 오히려 조용히 산책하며 계절의 바람을 느끼는 일에 시간을 쓴다면, 그것은 헛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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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화려한 불빛은 잠시의 눈부심일 뿐, 금세 꺼져 버린다. 모두 하루라는 선물을 매일 건네받는다.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시간의 쌓임은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것이 바탕이 되면 더 이상 화려한 열기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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