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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계절, 가을

가을 색, 브라운 예찬

by 현월안



가을은 언제나 부드러운 색으로 감성을 감싸 안는다. 여름의 빛나던 초록이 잦아들고, 겨울의 차가운 회색이 다가오기 전, 세상은 잠시 황금빛과 붉은빛, 그리고 깊고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라운으로 물든다. 고급진 브라운은 유독 생각 저변에 오래 머무른다. 가을의 깊은 풍경을 닮았기도 하고, 땅에서 태어나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생의 순환처럼, 브라운은 원초적인 편안함이 있다.



브라운은 화려하지 않고 거슬리지도 않는다. 눈부시게 빛나지도 않고, 그러나 담백함 속에 묘한 고급스러움이 숨어 있다. 오랜 시간의 퇴적과도 같은 내면의 여유로움이다. 지나치지 않음을 스스로 드러낸다. 그래서 브라운은 패션에서도 가을 색의 시작을 알려준다.



가을이 깊어지면 브라운 가을색을 반기고, 본능적으로 다시 흙빛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네온과 빠른 속도의 시대를 지나, 다시 쉼을 찾는 것이다. 브라운의 옷을 입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 마치 오래된 의자에 몸을 기댈 때의 포근함이 묻어있다.



브라운은 따뜻함을 머물고 있다. 깊은 가을을 품고 있는 색감은 멋을 주고, 또 여백을 남겨 세련되게 완성한다. 브라운은 화려한 장식이 필요 없는 색이다. 가을이 가진 고독과 닮았기에, 브라운은 혼자 있어도 충만하다. 마치 철학자가 오래된 책갈피를 넘기듯, 사소한 순간에도 의미와 무게를 지녔다.



브라운의 매력은 시간에 있다. 쉽게 낡지 않고, 오래 갈수록 더 깊어진다. 고급스러움이란 화려함에서 오는 것이 아닌, 시간이 만들어낸 결에서 시작이다. 그래서 브라운은 시작을 묻는다.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는가, 얼마나 흔들림 없이 존재할 수 있는가. 브라운은 그 물음을 조용히 답을 던지는 듯하다.



가을은 브라운을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다. 나무의 껍질, 낙엽의 뒷면, 흙길, 따뜻한 커피, 낡은 책의 종이까지... 많은 것이 브라운으로 빛난다. 사랑스러울 만큼 고급스럽다. 화려하지 않아 더 눈길이 가고, 담백하기에 더 오래 남는다. 올 가을, 브라운의 깊은 색의 품 안에서 또 어떤 편안함을 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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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득, 삶이란 화려한 순간보다 고요히 깊어지는 시간 속에서 빛난다는 사실이다. 브라운은 그 아름다움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가을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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