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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친 울음

새벽기차 안에서 생긴 일

by 현월안




이른 아침,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동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서둘러 예매를 한다고 했지만 좌석이 많지 않아서 계획보다 이른 시간의 기차를 타게 됐다. 차창 너머로 흐르는 풍경은 아직 이른 시간의 고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책장을 넘기는 순간은 꽤나 평화로웠다. 긴 여정이지만, 그 시간은 고요하게 주어진 선물이고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러나 평온은 곧 흔들리기 마련이다. 수원역에서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가 내 앞자리에 앉았다. 아이는 두 살 남짓 되어 보였는데, 잠시 후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흔한 아이의 칭얼거림 정도로 여겼지만, 곧 그 울음은 다른 빛깔을 띠었다. 놀람이 서린, 몸 전체가 긴장된 울음이었다. 어른들이 옛날에 "경끼 하듯 운다"라고 표현하던 바로 그 울음이었다.



엄마는 아이를 안고 화장실 앞 연결된 공간에 서서 달래도 보고, 아이 아빠도 초조하게 달래 보지만 아이는 그치지 않았다. 객실 안에는 작은 파문이 일었다. 승객들은 불편해하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건넸다.
"아이가 놀랐나 보네요."
"물 좀 먹여 보세요."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이 공기를 메웠다.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 가족처럼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젊은 부부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놀람과 당황이 겹친 표정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 그때, 같은 열차 안에 의사분이 있었다. 그분이 다가와 아이를 살폈다. 열이 너무 높아 대구까지 가기에는 위험하고, 다음 역인 대전에서 내릴 것을 권유했다. 내려서 얼른 가까운 소아과로 가야 한다고.. 그 말을 들은 젊은 부부는 주저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대전역에서 내렸다. 기차가 다시 움직였고 기차 안에는 묵직한 여운만이 남았다.



아이 엄마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우주를 품는 일이다. 아이의 작은 몸 하나에 기쁨과 슬픔, 희망과 두려움, 무수한 일들이 다 들어 있다. 부모는 그 무게를 온전히 떠안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아이가 웃을 때는 세상이 활짝 열리고, 아이가 울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린다.



삶은 생각지도 못한 위기 속에서 이어진다. 기차 안에서처럼, 평범한 일상은 언제든 뒤집히고, 그 안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목격한다. 하지만 바로 그 연약함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아닐까. 다른 이의 아이 울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모아주는 순간, 서로에게 작은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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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만난 그 장면은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에도 생각이 머물렀다. 부모가 되어 산다는 것은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다. 매 순간 새로운 것과 마주하고 그 안에서 함께 길을 찾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기차는 어느새 출발 원위치 서울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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