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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기분이란 뭘까

사람의 기분이란 참 묘하다

by 현월안




내가 자주 찾는 단골 미용실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젊은 헤어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곳이고, 또 하나는 연륜 있는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곳이다. 젊은 디자이너의 손길을 빌릴 때는 조금 더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싶은 날 찾는다. 연륜 있는 디자이너를 찾을 때는 특별한 변화보다도, 늘 하던 데로 단정함을 유지하고 싶은 날이다. 단순하게 머리 자르거나 가볍게 펌을 하는 것이지만, 선택의 이유와 마음가짐은 조금 다르다.



요즘은 예약제가 일상이 되었다. 내가 시간을 내듯, 헤어디자이너도 나를 위해 시간을 비워두는 것이다. 그 단순한 약속 속에 작은 정성과 신뢰가 들어 있다. 요즘 결혼식 많은 가을이다. 청첩장이 여러 장 와 있다. 누군가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조금 더 예쁘게 단장하고 예식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다.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에 젊은 헤어디자이너의 미용실을 찾았다.



밝은 미소로 맞이하는 그녀의 얼굴은 단순한 직업적 친절을 넘어선다. 몸에 밴 습관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삶을 바라보는 의식과 철학이 들어 있다는 걸 매번 알게 된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심을 알기 때문이다. "머리 어떻게 해 드릴까요"라고 밝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 물은 지금의 내 기분,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어떤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은지를 묻는 물음이다. 나는 웃으며, "요즘 예식장에 갈 일이 많아요. 좀 더 젊게, 예쁘게 해 주세요"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그래요, 열 살은 젊어지게 해 드릴게요" 순간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좀 더 젊게 해 주세요'라고 내가 말하면서도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사람은 왜 나이보다 젊어지고 싶어 할까? 아마 젊음이 단순한 나이의 숫자가 아니라 생동감의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마법처럼 정말 좀 더 젊게 발랄하게 만들어준 머리 모양이 맘에 들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조금 달라졌다. 조금 바꿨을 뿐인데 하루 종일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 인간의 감정이란 머리카락의 단순한 자극에도 요동친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바뀌었을 뿐인데, 마음은 이미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인간의 기분이란 참으로 묘하다. 한 곳에 고정되지 않고 갈대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또 물처럼 한없이 흘러간다. 때로는 삶을 지배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소한 것 하나로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기분을 다스린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누릴 줄 아는 자격을 갖는 일인지도 모른다. 좋은 기분을 잘 품을 줄 아는 것, 나쁜 기분을 잘 다스릴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않을까.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금 더 기분이 상큼하고 조금 더 밝아졌다. 그리고 그 사소한 차이가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기분이라는 것은 외부의 자극과 내 마음이 만나 만들어낸 작은 선물이 아닐까. 그 선물을 소중히 다루는 것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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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꾸민 머리만큼 기분도 단정하다. 아마도. 기분은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또 나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다. 머리 모양을 통해서, 웃음을 통해서, 그리고 철없는 듯 보이는 젊고 싶은 마음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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