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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외로움

가을의 쓸쓸함은 왜 더 선명하고 외롭게 느낄까

by 현월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저녁, 이제 여름의 열기는 자취를 감추고 가을의 빛깔이다. 나뭇가지는 한 장 한 장 잎을 떨구며 긴 호흡으로 겨울을 준비를 한다. 그 곁에서 사람은 살짝 쓸쓸함과 따뜻함이 뒤섞인 감정을 느낀다. 가을은 쓸쓸함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또 마음을 가장 깊고 넉넉하게 열어 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의 쓸쓸함은 왜 더 선명하고 외롭게 느낄까. 아마도 가을이 유난히도 삶의 순환을 고요히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잎이 떨어지면 마지막을 의미하지만, 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듯, 무언가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된다. 그래서 가을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지게 만든다.



날씨마저 스산한 계절이면 때론 불완전한 나를 만나게 된다. 남들 앞에서 빛나 보이기 위해 애쓰던 모습, 크지 않은 성취에도 허세처럼 덧칠해 온 흔적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허기와 외로움이 그 스산하기 느끼는 찬기운, 그 찬바람과 함께 깊숙이 느낀다. 인간의 외로움은 본질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절망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고, 또 삶은 생각만큼 그리 절망적이지 않다. 오히려 불완전함은 인간의 본래 자리이며, 다른 이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이유다. 완전하다면 누구의 손길도, 누구의 시선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불완전하기에 서로 기대고, 불완전하기에 사람들과의 연결되고 싶은 맘이 생겨난다.



사람은 본래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서로 연결된 관계 안에서 존재하도록 되어있다. 홀로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인간이 본래 가진 외로움이다. 그래서 더 관계를 갈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을 가졌지만 또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누군가 역시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가을의 외로움은 잠시 멈추어 서서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동시에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은 조금씩 엷어진다. 친구와 나누는 짧은 웃음과 사랑하는 이, 또 가족의 작은 손길이 혹은 길가에서 마주친 낯선 이의 따뜻한 눈빛조차도 외로움의 무게를 덜어 준다.



가을의 떨어지는 낙엽처럼 인간은 유한한 생 안에서 언젠가 사라질 존재이기에, 더불어 살아야 한다. 외로움은 인간이 가진 숙명이고 쉬 떨쳐버릴 수 없지만, 그 숙명은 서로에게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다가가게 하는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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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외로움의 계절이다 그렇지만 따뜻하게 깨달음을 주는 계절이다. 외로움을 잘 다독이면 또 필요로 하는 것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감성이 될 수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을 바라보며 배운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길,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아름다운 숙명이라는 것을. 외로움 속에서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이 가을은 따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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