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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주는 풍요로움

먹을 것이 풍성한 가을이다

by 현월안




가을은 늘 풍요로움의 품으로 이끈다. 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밀어내고, 찬바람이 묻어나는 순간부터 가을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들녘의 곡식들이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그 사이사이로 가을 과일이 포동포동하게 익어간다. 잘 익은 포도송이가 탐스럽고, 윤기가 흐르는 알밤과 그리고 깊은 산에서 나온 귀한 송이와 능이가 시장에 나온다. 풍성한 가을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결실의 다른 이름이다.



가을이 주는 풍성함은 먹거리에서부터 여유가 있다. 봄부터 여름까지 힘겹게 자라온 것들이 비로소 제 빛깔과 향기를 드러내며 식탁에 오른다. 인생도 이와 닮았다. 치열하게 보내온 청춘의 시간, 때론 뜨겁게, 때론 비바람에 흔들리며 버텨낸 시간은 어느 순간 황금빛 단풍처럼 저마다의 결실로 다가온다. 풍성한 계절이 주는 위로는 기다림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풍요 속에서도 가을은 놓을 준비를 한다. 나뭇잎은 아름다운 색으로 물드는 순간, 가장 화려한 빛깔을 입은 그때에 잎을 떠나보낸다. 그것은 세상이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다. 풍성함을 누리는 동안에도 내려놓음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풍요와 비움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흐름이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고, 떠나보내야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낙엽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새싹도 자라날 수 없듯, 삶의 깊은 지혜은 내려놓음 속에서 자란다.



요즘 전통시장을 가면 자꾸 발걸음이 멈춘다. 한쪽에는 햇곡식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다른 한쪽에서는 붉은 사과와 포도와 배가 햇살을 머금고 있다. 혹독했던 여름의 열기 속에서 , 그리고 가을 햇살을 듬뿍 머금어서 가을 과일은 모두가 달고 맛있다. 풍성한 가을의 먹거리는 삶의 시간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먹을 것이 풍성한 가을은 감사의 계절이다. 풍요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땅의 인내와 햇살의 기운과 비와 바람의 적당함이 모이고 그리고 묵묵히 땀 흘린 사람들의 손길이 모두 모여 이루어진 선물이다. 그래서 가을에는 더 겸손해진다. 한 톨의 쌀에도, 한 알의 밤에도,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삶의 무게와 온기가 들어 있다.



가을 산책길에서 비움의 철학을 배운다. 낙엽은 떨어지면서도 자유롭다. 두려움보다는 홀가분한 해방, 집착보다는 자연의 순리가 들어 있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욕망을 채우는 것만큼이나 내려놓는 순간이 중요하다. 풍요 속에서 비움을 배우는 지혜, 그것이 가을이 건네는 깊은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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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풍성한 가을, 단풍이 붉고 노랗게 타오르듯, 나의 주변에 풍성하고 따뜻하게 익어가길 소망한다. 풍요와 감사가 내 안에 한 겹 온기가 더해져서 더 아름다운 가을이다. 가을을 깊이 느끼며 풍성한 향기에 푹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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