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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Sep 12. 2023

엄마표 칼국수는 사랑

그 옛날 엄마가 만들어 주신 칼국수


    요즘은 모두가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서 일요일에 온 가족이 함께하기가 쉽지 않다 모처럼 네 사람이 집에 있길래, 무엇을 특별식으로 해 먹을까 고민하다가 친정 엄마가 맛있게 해 주셨던 칼국수를 하기로 했다 가끔 별미로 만들어 먹고, 남편과 나는 그 맛을 너무 잘 알기에 그 옛날 추억을 들춰내어 이야기하곤 한다 남편이 큰소리로

'오늘 점심 메뉴는 칼국수!'

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아들과 딸은 칼국수에 

'수육이 곁들여 나오면 먹을게요'

라고 답을 한다 수육까지 준비하려면 엄청 바삐 움직여야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즐겁게 준비한다 다행히 남편이 말동무하며 보조를 아주 잘한다 사실 칼국수가 요즘 젊은 사람들 입맛에는 맞지 않을  있다 너무 정제되고 첨가물이 많이 들어있어서 밀가루가 몸에 좋지는 않다 우리 자식들 말에 의하면 '밋밋한 맛과 야채가 많이 부족한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많이 먹으면 '성인병 걸린다'며 힘주어 얘기한다 그래도 매번 엄마가 직접 만든 것이라서 가끔 맛있게 먹어 주는 것이 다행이다

    칼국수 국물에 들어갈 육수를 만들어 놓고, 밀가루 반죽을 하는 데는 나만의 방식으로 한다 양파와 부추를 믹서기에 갈아서 그것으로 밀가루 반죽을 한다 반죽 색깔이 푸른 자연을 머금고 있어서 색깔이 너무 예쁘다 너무 되지도 않고 너무 질어지지 않게 반죽하는 것이 포인트다 홍두깨로 잘 밀릴 정도의 반죽이 나름 기술인 것이다 반죽이 됐으면 비닐에 싸서 20분 정도 냉장고에 숙성시킨다 냉장고에 두었다가 사용하면 점성이 더해져서 더 짤지고 쫀득해서 국수가 잘 밀린다 그리고 쫄깃한 맛도 더 있다 신문을 넓게 깔아 두고 그 위에 얇은 플라스틱 도마를 두고 국수를 밀면 된다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 맘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육수를 미리 만들어 놓은 국물에 감자 3개를 반으로 잘라서 넣고, 양파, 파, 청양고추, 호박을 넉넉히 썰어 넣는다 맛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서 차돌박이를 적당히 넣는다 국간장, 참치액, 소금으로 조금씩 넣어가며 간을 맞춘다 부추와 양파를 갈아서 반죽을 해서, 눈으로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지만 사실 엄마 따라서 칼국수 해 먹는 그 맛이 괜찮다 건강하게 밀가루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하고,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그 옛날 엄마표 칼국수는 정말 단순한 재료였다 아주 어렸을 때는 밀가루가 대부분 국산이어서, 입자가 거칠거칠하고 국수를 하면 입안에서 걸리는 듯하는, 거친 질감의 그 맛이 진짜였다 엄마표 칼국수 반죽에는 생콩가루를 넣어서 반죽을 하셨다 콩가루가 들어가서 구수한 맛의 풍미를 더  널찍한 나무 판 위에 사람 크기만 한, 홍두깨를 가지고 양손을 모두 사용해서 쭉쭉 밀어내는 기술은 달인의 모습이었다  엄마의 모습을 어린 마음에 턱을 괴고 바라보곤 했다 엄마는 멋있게 숙련된 솜씨로 매번 여러판을 밀어야 했다 식구 많은 대가족 사대부 종부의 요리 솜씨는 '진짜 요리사'였다 단순한 재료, 멸치육수를 내고 호박을 채 썰어서 듬뿍 넣고 끓여낸, 그 맛이 그렇게도 맛이 있었다 풍족하지 않았던 때에 먹었던 그 맛은 엄마의 '손맛'이 전부였다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우리 가족은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다 우리 동네 목동에는 예쁜 카페가 많아도 너무 많다 고르고 골라서 새로운 곳에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깊숙이 들여다보기도 하고, 청춘들의 마음이 거기에 잘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엄마의 칼국수가 내게로 오고 칼국수에서 커피로 이어지는,  순간들이 포근하고 너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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