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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의 여유

추석 연휴에는 미루어 두었던 책을 읽는 시간

by 현월안




모두가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손에 쥔 작은 기기와 눈앞의 사각형 화면에 매여 있다.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하루를 열고, 스마트폰 알림이 울리면 무심히 손이 가고, 끊임없는 메시지와 끝없는 검색이 일과가 된다. 세상은 똑똑해지고 빨라졌다. 그런데 빨라진 속도만큼 마음도 깊어졌을까. 오히려 건조해지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게 된다.



손 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몇 줄의 짧은 문장이었지만, 꾹꾹 눌러쓴 글자마다 마음이 담겼다. 편지를 건네받은 순간의 설렘, 그 안에서 느껴지는 체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카톡과 이메일이 편지를 대신한다. 빠르고 편리하지만 너무 가볍다. 진심은 남지 않고 말끝은 점점 단답형으로 줄어든다. '잘 지내?'라는 말이 전부고, '응'이라는 짧은 답만 남는다. 편리함이 관계를 대신하고, 소통은 빠르지만 온기는 없다.



디지털은 사람을 연결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고립시키기도 한다. SNS 속에서는 언제나 '나'만이 중심이다. 내가 뭘 먹고, 어떤 명품을 사고, 어디에 가 있고, 어떤 기분인지를 끊임없이 보여주지만, 정작 상대방의 숨결은 닿지 않는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나 위로는 전해질 수 없다. 대신 '힘내'라는 댓글이 달린다. 그것이 마주 보고 나누는 진심의 위로 일 수는 없디. 남는 것은 말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뿐이다.



진심의 소통은 눈빛에서 또 따뜻한 미소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언어보다 더 강력한 비언어의 교감 속에서 소통을 한다. 디지털은 그 감각을 빼앗아간다. 그렇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고,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회피가 아니라 균형일 것이다. 디지털 속에서도 아날로그의 숨결을 찾아내는 일이 숙제로 남는다.



아날로그적 삶은 단순하지만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 이젠 그 느림의 미학을 선택하는 용기로만 남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한 발 한 발 천천히 나아가며, 여유 속에서 마음의 결을 살피는 것도 때론 괜찮다. 빠름 속에서는 놓치기 쉬운 작은 기쁨과 작은 만족을 발견하는 일이다.



추석 명절 긴 연휴가 시작되었다. 잠시라도 매체를 끄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꺼 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과 따뜻한 밥을 나누고, 그간 전하지 못한 마음을 말로 전하고, 말이 필요 없다면 눈빛으로, 웃음으로, 손을 잡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번 추석 긴 연휴에는 미뤄 두었던 책을 읽을 생각이다. 쌓아두고 미뤄두었던 문장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내 마음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빠른 세상 속에서 멈춰 서서 더 선명하게 나를 만나고 싶다. 진정한 행복은 빠름이 아니라 느림 속에 있다. 아날로그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깊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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