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음이 바쁜 날이라서 일찍 일어났다내일추석 명절에 쓸 제사음식을 만들어야한다 남편은제사 음식을 만들 때는 나의 보조 역할을 아주 잘한다 내가 야채 재료를 준비할 동안, 거실에 부침할 돗자리를 깔아 두고 전기스토브를 가져다 놓고 매번 하던 것처럼 분주하게 같이 바삐 움직인다명절 음식 만들기는 손이 많이 간다 여러 가지 전을 부치고 나물무침을 하려면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든다남편은야채를 다듬고, 꼬지를끼고, 전을 부칠 때 음식이 타지 않게 뒤집어야 하고... 제법 꼼꼼하게 일러준 대로 곧잘 한다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바닐라라떼냉커피를 옆에 두고 재미있게 하는 편이다오늘도 손이 잘 맞아서 일찍 시작해서 서둘러 일을 끝냈다
코로나 때문에 왕래가 자유롭지 못하던 때 제사를 우리 집으로 가져왔다 남편이 맏이고 언제라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서 그렇게 했다 생각보다 빨리 가져온 셈이지만 별 어려움 없이 충실이 잘이행하고 있다 그간 명절과 기제사 때는 남편의 고향인 김천에서 지냈다 시부모님이 아직 건강하시고 시숙부님이 근처에 계시고 그 아래로 딸린 식구들까지 다 모이면수십 명이 제사를 지냈다 음식도 많이 준비해야 했고 많은 사람이 모이면 먹고 치우고 수발드는 일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명절이 아니라 일하는 날인 것처럼 일이 많았다 이제는 그런 일도 옛일이 되었다 서울에서 우리 식구만 지내는 간단한 제사가 되어서, 예전에 많이 하던 음식에 비하면 지금은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아주 홀가분한 마음으로, 간소하게 음식을준비하고,음식을 많이 하지 않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고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맛있게만든다
그때는 명절 스트레스가 묵직하게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제사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고, 그 어떤 부담도 되지 않는다 명절에오가던 고속도로에서 허비되는 시간에 비하면 '이렇게 홀가분해도 되는 거야'라고 이젠 편해도 너무 편안한 마음이다
내가 즐겨하는 제사 음식으로는 매번 새우전, 오징어 튀김, 명태 전을 한다 새우전은 새우를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하고 새우살을 잘게 다져서 청양고추, 양파, 파, 감자전분을 적당히 넣고 소금 간을 하고빨간피망안에 넣어 계란 물에 적시고 팬에 지져낸다 새우전은 식감이 부드럽고 새우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있다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고 맛있게 먹어서매번 만들게 된다고추튀김에는 새우 전하려고 준비했던 속을 그대로 넣고 튀긴다 아삭한 고추와 새우살 만나면 그 맛이 일품이다 오징어는 작은 크기를 구입해서 원통 모양으로 썰어서 튀김을 한다무엇보다 맛있게 식구들이 잘 먹고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많다 우리 가족은 성당을 다니고 있고제사가 앞으로는 더 간단해 질 테고, 우리 부부가 건강이 허락하는 시점까지만 제사를 지낼 계획이다 아들에게는 제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 우리 부부가 세상을 떠나고 기일이 되면 우리 아이들이 성당에 가서 기도 하는 것으로 우리 부부는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