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상이 주는 의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은 오래된 시간의 기억처럼 깊은 울림을 준다. 세계 문학의 중심에서, 한국어로 쓴 문장이 인류의 마음을 울린다는 것. 그것은 언어의 울림 속에 스며 있는 한국의 숨결이 세상의 가슴에 닿았다는 증거다.
한강의 문장은 마치 바람 같고, 물 같다. 그녀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깊고,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은 인간의 고통과 존엄을 함께 껴안는 강인한 사랑이다. '소년이 온다'에서 한강은 광주의 비극을 역사로만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그 상처의 시간 속으로 자신의 감각을 던져 넣어, 죽은 자들의 숨결을 오늘의 삶 속으로 다시 불러냈다. '존엄과 폭력은 모든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은, 이 세상 그 어디든 인간이 고통받는 자리에 문학이 있어야 한다는 선언인지도 모른다.
문학은 인간을 향한 깊은 연민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문학이 지닌 본질이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제주 4·3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녀는 말하지 못하는 이의 언어를 대신 쓰고, 잃어버린 이의 손을 대신 잡는다. 그리고 그 고통의 끝에서 이렇게 속삭인다. '우리는 아직 작별하지 않았다' 그 말은 삶의 선언이다. 죽음과 폭력과 망각의 세월 속에서도 사랑하고 기억하겠다는 의지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자리이다.
생각해 보면, 문명과 문명,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결국은 이와 같다. 처음엔 서로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지만, 세월이 쌓이고 이해가 깊어질수록 비로소 상대의 진심을 알게 된다. 한강의 문학이 세상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도 그러하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한강의 문장을 읽고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 한국어가 영어의 리듬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강의 문학이 세상을 울리는 것은, 언어를 넘어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문학이 위대한 이유는, 언어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사랑, 고통, 상실, 구원... 이 모든 것은 감각을 초월한다. 그 시작이 진심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강의 노벨상은 오랜 세월 말과 글로 슬픔을 견디고 사랑을 표현해 온 선배 작가들의 꾸준한 노고가 숨겨져 있다. 한글의 정서와 한국인의 고통이, 그리고 아름다움이 세상의 문학 언어가 된 것이다.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에서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 했다. 그것은 작별을 거부하는 사랑의 방식이었다. 한강의 문장에서도 그녀는 작별하지 않는다. 죽은 자와 작별하지 않고, 고통과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느 것과도 작별하지 않는다. 망각과의 작별을 거부하고, 기억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제 한국의 문학은 세상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것은 한국으로부터 시작된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이 길의 출발점에는 이제 한강이 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 고통 속에서 사랑을 기록하며, 인간 속에서 진심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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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쓴 문장이 세상의 문학이 되었다.
우리의 숨결이 세상의 마음에 닿았다. 우리의 언어가 세상에 울린 첫 노래다. 그 노래는 지금도 여전히, 작별하지 않은 채 사람들 곁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