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이 아닌 검정고시
뉴스를 보다가 잠시 멈춤을 했다. 뉴스 내용은 고등학교 자퇴생이 해마다 증가한다는 소식이었다. 올해도 수만 명이 넘는 학생이 학교를 떠났다고 한다. 그 숫자 뒤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성적 때문에, 누군가는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수능으로 빠른 대학입학이 숨어 있다. 그런데 그 선택이 올바른 선택으로 내린 결정일까 하는 의심이 든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풍경을 보면, 교육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가 만들어낸 모순이 보인다. 학교는 본래 사람으로서의 성장을 돕는 곳이다. 지식을 배우는 곳이고, 또 함께 웃고 다투며, 이해하고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작은 사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학교는 입시의 전 단계가 되었다. 성적이 좋으면 칭찬받고, 그렇지 않으면 뒤처진 학생이 된다. 배움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경쟁만 남아있는 듯하다. 학생들은 대부분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게 없다고 말한다. 사실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라고.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그러나 그 길 끝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교육의 실패이고, 어른들의 책임이다. 학교 교육은 시험점수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친구를 이해하는 법,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알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깊이를 기르는 것, 그것이 교육이다. 그런데 그 소중하고 사람다운 시간을 입시라는 이름으로 잘라버렸다.
고교 졸업장 대신 검정고시를 택한 학생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뉴스 보도. 그 길이 더 빠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조금 빠름이 꼭 옳음일까? 학교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시험으로 대학 문을 두드릴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잃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교실에서 나란히 앉아 웃던 친구의 온기, 함께 발표를 준비하며 느꼈던 긴장과 설렘,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 그 모든 것이 사람이 자라나는 시간이다. 시험 문제로는 대신할 수 없는 사람됨의 수업이 학교라는 공간 안에 있다.
어쩌면 지금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너무 일찍 세상의 무게를 지게 한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성적표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미래를 숫자로 계산해야 한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지쳐간다.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결심으로 자기를 지키려 한다. 그 선택이 용기일 수도 있지만, 그 용기가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마음이 아프다.
학교는 인생의 첫 사회이고,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의 학교다. 친구와의 다툼 속에서도 화해를 배우고, 실패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사랑을 알고, 존중을 알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교과서에 없는 수업이다. 학교는 그래서 공부하는 공간이고 또 사람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배움을 주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성적표 한 장으로 인생을 평가하는 현실 속에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먼저 학교가 학생들에게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 수능 점수만이 아니라, 각자의 재능과 감정, 생각이 존중받는 곳. 친구와 선생님이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곳. 경쟁이 아닌, 공존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어쩌면 고교 자퇴는 교육이 학생들에게서 신뢰를 잃었다는 신호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회복이다. 학교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배움의 본질을 되찾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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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다시 학생들이 사랑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교실 창가에 앉아, 미소 지으며 '괜찮아'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곳. 지식보다 마음을 먼저 가르치고, 성적보다 성장을 먼저 이야기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